5분만에 '2861달러→0달러'…오징어게임 토큰, 결국 사기였다

정혜인 기자
2021.11.02 14:19

스퀴드 토큰, '러그 풀' 사기로 5분만에 '0'달러
밈 코인 투자·오징어 게임 인기 노린 사기 행각
"사기 개발자, 토큰 현금화로 24억원 챙겼을 듯"

/사진=가디언

거래 첫날 24시간동안 2400%의 폭등세로 주목받았던 밈(Meme) 토큰 '스퀴드게임(이하 스퀴드·SQUID)이 개발자들의 사기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암호화폐(가상자산)인 스퀴드 가격은 이날 한때 2861달러(약 336만원)까지 치솟았다가 단 5분 만에 99.99% 추락한 0.00079달러(약 7원)를 기록했다. 1개당 300만원이 넘던 토큰의 가격이 순식간에 10원 아래로 내려앉으며 휴지 조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일 오후 1시 10분 현재 스퀴드의 가격은 0.00334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외신은 암호화폐 개발자가 코인을 모두 현금으로 교환해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러그 풀'(rug pull·발 밑의 카펫을 갑자기 잡아뺀다는 뜻)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스퀴드는 스마트체인 네트워크의 첫 번째 '게임 토큰'이다. '스퀴드' 개발자들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게임을 실제 온라인 토너먼트 게임으로 만든 '오징어 프로젝트'에서 스퀴드를 게임 토큰으로 쓸 수 있다 홍보했다.

이달 출시 예정이었던 '오징어 프로젝트'는 드라마처럼 6개 놀이로 승부를 펼치며 최종 우승자에게 참가비의 90%가 상금으로 지급되고,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상금도 올라간다. 프로젝트 참가에는 제한이 없다. 단 '스퀴드' 토큰 1만5000개와 NFT(대체불가토큰)를 추가로 구매해야 참가가 가능한 것으로 소개됐다.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던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참가를 위해 너도나도 스퀴드를 사들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총발행량 8억개 중 3억6480만개분에 대한 사전판매가 이뤄졌고, 26일 정식 첫 거래를 시작했다. 첫 거래 시작 후 스퀴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0달러로 무너지기 직전까지 상승률은 무려 31만% 이상에 달했다. CNN에 따르면 스퀴드의 시가총액은 러그 풀 사기 전 200만달러(약 23억6000만원)를 웃돌았다.

그러나 현재 '오징어 프로젝트' 관련 공식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공식 트위터 계정 그리고 토큰을 설명하던 백서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스퀴드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오징어 게임' 인기 열풍을 이용해 스퀴드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뒤 보유 물량을 전부 현금화하는 사기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들에게 접근했고, 이런 조짐이 이들의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이미 포착됐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유명 정보기술(IT) 매체 기즈모도는 현재 삭제된 '스퀴드' 공식 홈페이지에 오탈자가 가득했고, 투자자들이 해당 토큰을 살 수만 있고 팔지는 못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코의 바비 옹 공동창업자는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웹사이트과 SNS 계정이 삭제됐다는 것은 그것이 '사기'라는 명백한 신호"라며 "(개발자들의) 사기 계획이 끝이 났고, (토큰)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코인마켓캡도 앞서 "탈중앙화 거래소인 팬케이크 스와프에서 스퀴드 토큰을 판매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사기 가능성을 우려하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매체는 특히 '스퀴드' 토큰이 별다른 호재 없이 '오징어 게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유로 급등하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 스퀴드 개인투자자는 '오징어 게임' 열풍에 5000달러를 투자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나의 모든 것을 잃게했다"고 코인마켓캡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즈모도는 스퀴드 개발자들이 이번 사기 행각으로 210만달러(약 24억7044만원)를 챙겼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최근 치솟은 '밈 코인' 투자 열풍이 '스퀴드' 사기 행각의 기반이 됐다며 밈 코인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함을 재차 강조했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시드 경제학자는 BBC 인터뷰에서 "놀랍게도 (성장성이 보장되지 않은) 많은 밈 코인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으면서 평가액이 엄청나게 부풀려졌다"며 "이런 투기 열풍에 휩싸인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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