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 글로벌 증시에서 AI 반도체 랠리가 식지 않고 있다. 일본에선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가 장중 한때 토요타자동차 시총을 추월하는가 하면, 미국의 맞춤형 AI 반도체 업체 마벨테크놀로지는 시총 1조달러 기대감에 하루 새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벨 주가는 32.5% 급등했다. 하루 기준 26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황 CEO가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행사에서 마벨을 "차기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이라고 치켜세운 영향이다. 황 CEO는 "대규모 컴퓨팅 작업을 데이터센터 전체에 분산하려면 연결성이 필수적"이라며 "마벨이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앞서 마벨에 2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마벨은 올해 들어 주가가 242% 올라 시총 2500억달러를 넘어섰다.
AI 투자 열풍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이 수혜를 누리는 모습이다.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AI 붐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도체 매출 150억달러 목표를 예상보다 앞당겨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올해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내년 매출은 2배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옥시아는 일본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수혜주로 부상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3일 장중 한때 주가가 7% 급등하면서 시총이 45조엔대 달하며 토요타를 추월했다. 거래가 이어지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다시 3위로 내려오긴 했지만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24년 12월 상장한 키옥시아는 지난해 6월만 해도 시총 169위에 불과했으나 1년 새 주가가 3900% 가까이 폭등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650%가 넘는다.
키옥시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건 실적 개선이다. 키옥시아는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연결 기준 매출 2조3376억엔, 영업이익 8762억엔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7%, 93.4% 증가했다.
키옥시아는 2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2029년 이후까지 장기 계약을 원한다는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이 여러 곳 있다"면서 실적 개선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키옥시아는 이르면 2027년 하반기부터 누진배당을 도입하고 자사주 매입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주주가치 제고 기대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키옥시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약 4조엔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토요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뛰어넘는 규모다. 일본 산업의 주도권이 자동차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그룹은 오픈AI 투자 등에 힘입어 지난 1일 토요타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업 무라타제작소 시총은 20조엔을 넘었다. 반면 토요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더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13% 넘게 떨어졌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로 구성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2이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보다 약 90% 증가한 1조5112억달러(약 2309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금융회사 리소나홀딩스의 다케이 히로키 전략가는 "반도체주 강세가 실적과 업황에 기반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