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설' 마윈이 국유은행 비판한 이유…"中기업 순위에 있다"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2.05.08 06:27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20년 10월 24일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연설 중인 마윈 /사진=중국 인터넷

지난 3일 '마윈 체포설'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이 개장과 동시에 10% 가까이 급락했다 반등했다. 항저우에서 마모씨가 국가전복죄로 체포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마윈'을 떠올리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곧이어 중국 언론이 마모(某)가 아니고 마모모(某某, 이름이 세 자라는 뜻)라고 부연설명을 하면서 마윈 체포설은 사그라들었다.

해프닝이긴 하지만 국유기업의 영향력이 막대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영 기업인가 겪는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마윈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중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유기업을 알아야 한다. 1993년부터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며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중국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스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특히 기업명이 '中'(중)자로 시작하는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중국이동통신(차이나모바일), 중국공상은행 등 국유기업들은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1조위안(190조원) 클럽 6개사…정유, 토목, 보험사

지난 2일 중국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동팡차이푸가 2021년 매출액 기준 중국 500대 상장기업을 발표했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중국건축, 중국평안, 중국중철, 중국철도건설 등 6개 상장 기업의 매출액이 1조 위안(약 190조원)을 돌파했으며 중국평안 외에는 모두 국유기업이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이 매출액 2조7409억 위안(약 521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역시 정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가 2조6143억 위안(약 497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유업체 특성상 매출액은 많지만 순익은 적다. 지난해 매출 1위인 시노펙의 당기순이익은 712억 위안(약 13조53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정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 토목건설업체인 중국건축, 중국중철, 중국철도건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금융회사인 중국평안이 1000억 위안(약 19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 1조 위안을 돌파한 6대 기업의 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한 만큼 안정적이다.

7위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동닷컴이다. 지난해 9516억 위안(약 18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36억 위안(약 68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1위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알리바바다. 지난해 알리바바 매출액은 8364억 위안(약 159조원), 당기순이익은 657억 위안(약 12조4800억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보다 징동닷컴의 매출액이 더 큰 이유는 징동닷컴은 물건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직매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알리바바는 판매자가 물건을 파는 '오픈마켓' 비중이 훨씬 높다. 전자상거래업체의 핵심 지표인 총 상품 판매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은 알리바바가 징동닷컴보다 훨씬 크다.

중국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 중 금융회사인 중국평안을 제외하고는 알리바바와 징동닷컴만 민영기업이다. 중국 1·2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양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윈이 전당포 영업으로 비판한 공상은행, 매일 1800억원씩 벌어

매출 상위는 정유, 토목건설업체가 독차지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다른 기업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바로 은행이다.

중국 4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및 중국은행이 1~3위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무려 3483억 위안(약 66조1800억원)에 달했다. 날마다 9억5425만 위안(약 1813억원)씩 벌어들인 셈인데,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았다.

중국 국유 은행이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보장받으며 사실상 은행업을 독점하고 있어서 중국에서도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유은행을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마윈이다. 2020년 10월 마윈은 '와이탄 금융써밋'에서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를 앞에 두고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작심 비판했다. 그후 상장을 불과 며칠 앞두고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갑자기 중단됐고 앤트그룹은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직면했다.

앤트그룹이 시중은행을 끼고 대출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규제의 경계선을 넘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윈이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빗대서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규제를 받진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론 민영기업(앤트그룹)이 국유은행 독점영역을 침범하려고 하자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을 규제한 걸로도 볼 수 있다.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텐센트를 보자. 텐센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248억 위안(약 42조7100억원)으로 중국 상장기업 중 당기순이익 4위를 차지했다. 텐센트가 이렇게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건 게임 및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중국 민영기업 중 가장 매출액이 크거나(징동닷컴, 알리바바), 가장 수익성이 좋은(텐센트) 기업이 중국 당국의 반독점법, 게임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500대기업은 베이징, 광둥, 상하이에 집중…최다 임직원수는 45만명 넘어

중국 500대 상장 기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대형 국유기업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이 101개사로 1위를 차지했다. 2·3위는 경제가 발달한 광둥성(70개), 경제수도 상하이(65개)다. 그 다음은 저장성(42개), 장수성(32개), 산둥성(24개)로 동남연해 지역에 중국 500대 기업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500대 상장 기업의 임직원 수도 많다. 이들 기업의 전체 임직원 수는 2123만명에 달했으며 12개 기업은 임직원 수가 30만명을 넘었다. 1위는 중국 전역의 농촌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는 농업은행(45만5200명)이 차지했다. 차이나모바일은 44만9900명, 공상은행은 43만4100명을 기록하는 등 중국 국유기업은 고용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KFC, 피자헛 등을 운용하는 얌차이나는 직원이 45만명, 징동닷컴은 임직원 수가 38만5400명에 달하는 등 민영기업이 고용하는 인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편들기에 맞서 민영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