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화 통화로 가자지구 인질 석방 협상과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이어가는 한편 불법 점령 중인 골란고원 정착민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친이스라엘 성향인 트럼프 정부 출범과 시리아 정권 교체 혼란을 기회로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이다.
로이터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어젯밤 제 친구인 트럼프 당선인과 모든 것을 다시 논의했다"며 "매우 따뜻하고 우호적이며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승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고, 인질 석방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서도 길게 이야기했다"면서 가자지구 인질 석방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관련해 미국이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카타르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60일간 임시 휴전에 돌입하고, 하마스와 협상도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 기대가 커진 상태다. 일각선 오는 25일 저녁에 시작되는 유대인 명절 하누카 전에 완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과 별개로 가자지구 폭격도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아랍 매체 알자지라 기자를 포함해 5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이스라엘 공격을 모의하던 테러리스트를 정밀 타격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 정권이 붕괴한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시리아와의 분쟁엔 관심이 없다"면서도 "눈에 보이는 현실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또 시리아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적성국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시리아 내 이스라엘 행동은 시리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을 저지하고, 국경 근처에서 테러 세력의 장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의해 붕괴되자 골란고원을 넘어 골란고원과 시리아를 분리하는 완충지대에까지 주둔하고 있는 상태다. 또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수백 차례 공격하고 시리아 영공 제공권을 확보하는 등 시리아 정부군 군사시설 장악에도 나섰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위협에 대응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시리아 혼란을 틈타 영토 확장을 꾀하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불법 점령 중인 골란고원 정착민을 2배로 늘리겠단 계획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민 확대 계획을 알리며 "골란을 강화하는 건 이스라엘 국가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골란을 계속 지키고 번영시키고 그 안에 정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시리아 접경지이자 군사요충지인 골란고원을 80%를 점령해 지배해왔다. 이후 골란고원에 30곳 이상의 정착촌을 건설했고 3만여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했지만 국제법상으론 골란고원 점령과 정착촌 건설 모두 불법이다.
시리아 반군 측은 이스라엘과의 새로운 분쟁은 피하고자 한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는 하루 전 이스라엘군의 완충지대 주둔을 두고 "이스라엘이 취약한 논리로 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시리아) 재건과 안정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추가적 파괴로 이어질 분쟁에 끌려가지 않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변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 결정을 두고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했다.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아랍에미리트는 "점령지를 확대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라고 꼬집었다. 유엔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은 이스라엘에 완충지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