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까기' 트럼프 보며 흐뭇…중국 '무역 맞불' 진짜 이유는?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02.05 15:00

"중국과 협정 가능" EU 집행위원장 발언 비중있게 해석,
미국 원조기구 폐쇄 수순엔 "중국이 개도국 돕겠다"…
미국과 각 세울수록 '반트럼프 연대' 구심점 될 가능성↑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이 13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인 디콘 미첼 그레나다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01.13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중국이 응전하면서 전세계가 무역전쟁 포성에 휩싸일 조짐이다. 중국은 특히 미국에 강경 대응을 천명한 EU(유럽연합)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관계 회복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미국과 관세로 세게 맞붙은 배경에 강고한 친미연대 균열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중국 현지언론들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4일(브뤼셀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대해 "힘든 협상을 할 예정이며, 우리의 이익을 어디서든 필요 시 보호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일제히 비중있게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막판 협상을 통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유예하면서 EU에 대해선 "무역적자가 심각하며, 머지않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언론은 특히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에 대해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 대상이 될 경우 EU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에 대해 주목한다.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대해 미국산 제품 수입에 대한 맞불관세와 전략광물 수출통제, 구글 등 미국 기업 반독점 조사로 맞불을 놨다. EU와 중국이 트럼프 관세 전략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은 "EU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트럼프의 말대로 '수천억 내지는 수조 달러의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징망(베이징뉴스) 등 기타 유력 매체들도 일제히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발언을 타전하며 미국과 EU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이 더 집중하는 건 EU가 언급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다. 폰데어라이엔은 이 자리서 "초경쟁과 초거래 지정학의 시대에 중국과 무역관계를 심화하고 '협정을 찾을'(find agreements)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대해 "EU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중 강경파인 폰데어라이엔의 발언은 트럼프 복귀 이후 달라지는 EU의 대중국 관계 설정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복귀와 동시에 시작될 관세전쟁이 결국 동맹국 이반과 친미연대 균열로 이어질거라는 주장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다름없다. 물론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저명 학자 등 관변 지식인들이 모두 똑같은 전망을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제시해 왔다.

중국 언론들도 열심히 변죽을 울린다. SCMP는 EU 소속 익명의 외교관 발언을 인용해 "유럽에는 실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고,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사실상 중국에 인도하는 옵션"이라며 "EU는 갇힌 상태로 지금 EU가 할 수 있는 일은 트럼프와의 단기협상, 다른 중견국 및 글로벌사우스(친중 성향 개도국)와의 중장기적 협력뿐"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실질 외교 보폭도 넓어진다. 춘제(음력 설) 연휴 직후 태국과 파키스탄, 브루나이,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지역 우방 정상들이 연이어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초청했다. 한국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국을 방문한다. 하얼빈에서 열리는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과 맞물려 의미있는 행보가 예상된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첸펑 연구부장은 중국 측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국빈 방문에 대해 "중국이 국제질서를 진화시킬 것이며 이번 국빈방문들은 전략적으로 주도권을 잡아가는 데 유익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강하게 맞대응한 배경도 중국의 이런 새 국제질서 수립 전략을 바탕으로 이해된다. 중국이 미국과 각을 세울수록 미국의 무역정책에 불만을 품는 국가들의 구심점으로서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접촉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무역전쟁 국면이 빨리 해소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불붙은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핵심 내용 보니/그래픽=임종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완장을 채워준 일론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USAID(미국국제개발처) 자금 동결도 중국엔 희소식이다. 올해로 64년을 맞은 USAID는 수많은 개발도상국 인프라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대외 원조를 90일 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머스크의 연방예산 2조달러(약 2800조원) 지출 삭감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중국의 관변 연구자들은 물론 해외 연구자들까지 이를 놓고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최대 호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과기대 샤리프 나우바카르 교수(공공정책)는 중국 현지언론에 "USAID 동결로 공백이 발생할 것이며 일대일로는 USAID를 대신하는 인프라이자 에너지이며 깨끗한 식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크리스토퍼 배럿 교수(응용경제학)는 "중국은 해외 중요 자원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동맹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은 결국 USAID 폐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 현지언론에 다수 보도됐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USAID가 철수할 경우 방글라데시가 가장 먼저 중국에 접근할 거라고 전망했다. 위원회는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본질적으로 포기한다면 중국은 더 많은 지원과 대출을 제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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