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의 한 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비위생적인 의료 행위로 아동 수백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타운사 지역의 공공 병원에서 2024년 11월부터 약 1년간 최소 331명의 아동이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HIV는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각종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조사 결과 감염은 병원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 아동의 어머니 대부분이 HIV 음성이었던 점에서 수직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취재 과정에서 의료진이 이미 사용한 주사기를 다시 다회용 약병(바이알)에 넣어 약물을 추출하거나, 하나의 주사기로 여러 아동에게 반복 투약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오염된 주사기가 약물 전체를 오염시키면서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바늘만 교체하더라도 주사기 몸체(실린더)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2시간 분량의 잠입 영상에는 간호사가 맨손으로 의료 폐기물을 다루거나, 의사가 장갑 없이 시술하는 등 위생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장면이 60차례 이상 포착됐다.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8세 소년 무함마드 아민은 확진 이후 고열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숨졌으며, 그의 10세 누나 역시 같은 경로로 감염돼 장기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족들은 단순 진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감염 피해를 입었다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당국은 지난해 3월 해당 병원장을 정직 처분했지만, 수개월 만에 인근 보건소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병원 측은 관련 영상에 대해 "조작됐거나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내 과도한 주사 처방 문화와 의료 소모품 부족이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감염 예방 지침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본적인 위생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