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 전세계 정상들이 바티칸을 찾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문을 예고했고,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대거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총과 포탄에 이어 관세까지, 정치·경제를 막론한 전쟁이 전 세계를 갈라놓은 가운데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정상들이 교황의 마지막 당부처럼 "평화"를 얘기할지 관심이 쏠린다.
교황청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의 장례 미사를 거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성녀 마르타의 집에 안치된 교황의 유해는 23일 오전 9시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황의 장례식은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외교무대였다.
2023년 1월 엄수된 베네딕토 16세 장례식이 가장 최근이지만 그는 생전 퇴임한 명예교황이었던 만큼, 교황직을 유지한 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20년 전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과 비교될 만하다. 그해 4월 8일 거행된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는 전 세계에서 70개국 이상의 대통령과 총리 등 최고위 지도자, 5명의 국왕과 배우자, 14개 종교의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EU(유럽연합)의 주축인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토니 블레어 총리가 조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코피 아난 UN(국제연합) 사무총장,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 요한 바오로 2세의 모국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니예프스키 등도 참석했다.
특히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과 시리아의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대표적인 반미국가 정상들과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인 미국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또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도 참석해 앙숙인 이란·시리아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은 물밑에서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문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SNS(소셜미디어)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로마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가겠다고 밝혔다. 실행 시 2기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이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바도 있다. '악연'이었던 트럼프가 내놓을 애도 메시지, 또 장례식에서 만날 각국 정상들과의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마일리 대통령, 영국 왕실을 대표해 윌리엄 왕세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도 바티칸을 찾기로 했다.
추모 메시지를 발표한 다른 나라 정상들도 교황청이 참례 일정을 확정한 만큼, 조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교황을 "뛰어난 분"이라며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한 그의 기도가 응답받기를 바란다"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교황이 "팔레스타인의 충성스러운 친구이자 평화와 정의의 옹호자"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