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정대로 2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인도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일본 스즈키가 11조원 규모의 대인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 차례 실패 경험이 있는 미국보다 유럽 등으로의 수출을 위한 해외 생산 거점 마련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즈키는 전날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현지 자회사 마루티 스즈키의 전기차 공장 완공식을 열고 앞으로 5~6년에 걸쳐 인도에 7000억루피(약 11조144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즈키 도시히로 스즈키 사장은 완공식에서 "이번 투자는 (인도 내) 생산 확대, 신차 출시, 현지 시장 점유율 방어를 목표로 한다.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인도는 스즈키에 가장 큰 시장"이라며 대인도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구자라트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간 100만대 규모로,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거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공된 공장에서는 스즈키의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비타라'가 생산된다. 마루티 스즈키의 RC 바르가바 회장은 "구자라트 공장에선 매년 5만~10만대 전기차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루티 스즈키는 현재 인도에서 17개 모델을 생산해 일본 등 약 10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스즈키의 이번 투자는 관세 부담을 줄이고자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인도 등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다른 기업과 상반된 행보로 주목받는다. 정책 불확실성, 관세 부담 리스크가 있는 미국 대신 유럽 등에서의 판매량 확대를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전기차 산업 육성 목적으로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인도를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주 일본 방문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스즈키 구자라트 공장 완공식에 참석해 완공식에서 "(스즈키의) 구자라트 공장과 e-비타라 생산은 인도 정부의 '메이드 인 인디아'(Make in India) 목표를 향한 큰 도약"이라며 "마루티(스즈키) 자동차를 포함해 인도 땅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은 투자 출처와 무관하게 '국산품(인도 제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전기차 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스즈키가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41%로 1위를 기록한 것도 이번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스즈키는 지난 2012년 미국 자회사 아메리칸스즈키모터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스즈키의 주력 상품이 소형차에 맞춰진 것을 미국 시장 철수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에서는 넓은 도로, 큰 주차장 등에 맞는 픽업트럭 등 대형 모델이 주로 판매된다.
투자 발표 시점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에 부과된 추가 관세 시행 전날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제품에 부과한 25% 추가 관세는 미 동부시간 27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27일 오후1시1분)부터 적용됐다. 이로써 미국에 수입되는 인도산 제품의 관세는 기존 상호관세율 25%에 25%를 더해 총 50%가 됐다. 한편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주간 모디 총리와의 통화를 4차례 이상 시도했지만, 모디 총리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