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학 축제의 가격표 (下)

대학 축제가 사실상 유명 아이돌 콘서트로 변하면서 암표 거래와 학생증 대여가 횡행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처벌까지 경고하면서 본인 확인 절차 강화에 나섰지만 유명 연예인 공연을 보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편법 거래도 치밀해지는 모습이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 축제가 몰린 올해 5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학생증 대여와 암표 거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OO대 축제 학생증 대여(여성)", "신분증·학생증 양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학증명서를 제공하거나 신분증 맞교환 제안을 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판매자들은 해당 대학 축제에 출연하는 유명 아이돌 이름을 나열하며 거래를 제시했다.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암표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거래 방식도 정교해지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거래 경험이 있다고 언급하며 "입장을 최대한 돕겠다"는 식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명의의 학생증 여러개를 거래한다는 조건을 걸거나 '축제 굿즈'를 함께 제공한다는 '옵션'을 내건 사례도 있다.
암표 가격은 10만~2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학생증 대여 역시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다. 출연 연예인의 인기가 높거나 공연 일정이 길수록 가격은 올라갔다.
◇치밀해지는 암표·학생증 거래, '편법'도 공유

문제는 단순 암표 거래를 넘어 학생증 부정 사용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각 대학에서는 암표와 신분증 거래를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 앱 로그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재학생만 알 수 있는 교양 과목명을 묻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장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연예인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정 거래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콘서트 티켓과 달리 대학 축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손쉽게 암표와 학생증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부정 거래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거래 방식도 치밀해졌다. 일부 판매자는 돌발 질문에 대비해 현장 동행을 제안하거나 휴대폰 공기계를 동원해 학교 앱 로그인 방법을 안내했다. '인증 도장' 복제 방법을 공유하며 본인 확인을 우회하는 방법도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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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들은 법적 처벌 가능성까지 경고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행법상 신분증 대여는 주민등록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학생증 대여도 업무방해죄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한양대 축제기획단은 축제를 앞두고 공지를 통해 "팔찌 수령시 신분증 양도·대여·도용이나 부정 사용 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 축제가 아이돌 공연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에서도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대학들이 있다. 유명 가수 섭외 경쟁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콘텐츠에 무게를 두면서 '함께 만드는 축제'의 의미를 살리려는 시도다.
3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대학은 학생 부스와 체험형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며 학생 참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아이돌 공연이 축제의 흥행을 좌우하는 흐름 속에서도 대학 구성원이 직접 축제를 만드는 경험에 무게를 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화여대다. 이화여대 축제는 학생 참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 20~22일 열린 해방이화 140주년 대동제 '리베르테'에는 약 150개 학생 부스가 참여했다.
특히 동양화 전공 학생들이 제작한 부채와 도예과 학생들의 도자기 등 각 전공 특색을 살린 부스가 호응을 얻었다. 일부 동아리가 판매하는 떡꼬치 등 입소문 난 먹거리도 매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화여대 축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도 150개 부스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했다"며 "동아리들은 부스 운영을 통해 한 해 활동비를 마련하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 자치 활동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가수 공연은 폐막식 당일 하루만 진행됐다. 대형 공연장이 아닌 잔디광장에서 관객 3000명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형태로 열린다. 대신 올해 축제 기간에는 40여개 학생팀이 공연을 올렸다. 영산 줄다리기와 비빔밥 비비기 등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전통 행사도 진행됐다.
축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유명 가수 공연도 의미가 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팬들 중심으로 즐기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식 축제 고민"…연예인 공연 없애고 학생 기획 프로그램으로 대체

기존 연예인 공연을 아예 없애고 학생 프로그램 중심으로 축제 운영을 전환한 사례도 있다. 계명문화대는 지난해 가을 축제 '2025 비슬제(새봄월드)'를 외부 가수나 전문 행사 대행업체 없이 학생 주도로 진행했다.
특히 총학생회가 직접 기획한 '호러하우스'는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약 3주 동안 음향·조명 연출부터 소품 제작까지 직접 준비했다. 놀이공원을 테마로 기획한 게임 공간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
윤민주 계명문화대 제63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축제에서는 연예인을 초청해왔지만 다른 대학 행사와 비슷하거나 보여주기식이라는 고민이 있었다"며 "학생들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공연 무대 역시 학내 구성원 누구에게나 개방했다. 가수로 활동하는 재학생부터 40~60대 중장년 학생, 외국인 유학생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의 주체가 학생이 되는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대학가에서 학내 밴드가 인기였다면 최근엔 아이돌 공연이 핵심 콘텐츠가 됐다"면서도 "축제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수동적인 관객에 머무르는 형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기회와 지원이 주어지면 기대 이상의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나온다"며 "각 대학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축제 방향을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료 음료수 받아 가세요."
한양대 봄축제 '라치오스'가 막을 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는 기업 협찬부스로 둘러싸인 대형 브랜드 행사장에 가까웠다. 사자상 주변은 쿤달·틴더·빗썸·데이지라거 등 협찬 기업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고 학생들은 기념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반면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는 직접 손님을 불러 모아야 했다. 과거 학과와 동아리가 축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부스와 아이돌 공연이 가장 많은 인파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날 틴더 부스 앞은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틴더는 역술가가 별자리로 연애운을 봐주고 체험 참가자에게 최근 '촉감 완구'로 유행하는 이른바 '왁뿌볼'(왁스로 코팅된 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에스파 공연을 보기 위해 축제를 찾았다는 한양대 대학원생 정모씨(25)는 "부스 콘셉트도 독특하고 굿즈도 센스 있다고 느꼈다"며 "유행하는 상품을 주는 기업 부스들이 확실히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양손 가득 기념품을 들고 기업 부스를 '투어'하듯 돌아다녔다. 한양대 경영대학 재학생 이모씨(24)는 "기업 부스를 여러 곳 돌다 보면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 부스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총동아리연합회 소속 한 부스에서는 닭꼬치와 소떡소떡을 각각 3000원, 2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근처 기업 푸드트럭존의 평균 가격대가 1만원대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었지만 발길은 뜸했다.
사람이 좀처럼 모이지 않자 학생들은 안내판을 들고 직접 호객에 나섰다. 한 동아리 관계자는 "손님이 적어 아쉽지만 기업 협찬이 늘어나면 학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늘어선 줄에 주민등록증·학생증 교차 검증…'대포 카메라' 줄지어

오후 4시가 넘자 캠퍼스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본 공연장 입장 팔찌를 받기 위한 줄이 언덕 위까지 길게 늘어섰다. 학생들은 학생증과 신분증을 손에 쥐고 차례를 기다렸다.
한양대는 이번 축제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했다.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교차 확인하고 부정 사용 적발 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도 내걸었다.
그럼에도 학생증 부정거래 사례는 발각됐다. 팔찌 배부 부스 관계자는 "업무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재학생인 척 입장을 시도한 2명을 적발했다"며 "얼굴이 다르거나 수상한 경우 주소지를 물어보면 금방 들통이 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신분증을 두고 왔다'며 입장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다만 부스 관계자는 "큰 소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부분 현장 제지로 마무리 된다"고 설명했다.

공연 시작이 가까워질수록 공연장 주변은 붐볐다. 공연장 밖엔 팔찌를 받지 못한 외부인과 재학생들이 뒤섞였다. 한양여대 보건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공연을 멀리서라도 보고 싶어 축제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공연장 주변 풍경은 콘서트장에 가까웠다. 무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마다 연예인을 촬영하기 위한 이른바 '대포 카메라'가 줄지어 설치됐다. 카메라 주변에 자리를 잡은 학생들은 "촬영 카메라가 많으니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이 임박하고 비까지 내리자 경호원들은 큰 소리를 외치며 현장을 통제했다. 일부 학생들은 가방 검사 과정에서 반입 물품을 두고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공연장 바깥으로는 세 겹에 걸쳐 인파가 몰렸다.
일각에선 아이돌 공연 중심으로 바뀐 대학 축제를 두고 아쉬움을 표현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26학번 김모씨(20)는 "대학 축제의 목적은 '단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예인 섭외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보이는 모습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동아리나 학생회 부스 지원을 늘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