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초 면역 관용' 관련 발견으로 인체 면역 연구에 기여한 미국과 일본 생명과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6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올해 말초 면역 관용 관련 발견을 공로로 △매리 브런코 미국 시스템생물학 연구소(ISB) 수석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 램스델 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학교 면역학프런티어연구센터 석좌교수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수상자 3인은 면역체계가 인체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올해 상금은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5000만원)로, 수상자 3인은 상금을 동등하게 나눠 받게 된다.
사카구치는 1995년 자가 인식 T세포를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한 공로로 수상자에 올랐다. 자가인식 T세포는 CD25(종양 조직 내 면역억제 기능을 하는 조절 T세포의 바이오마커)를 발현하는데, 사카구치는 이러한 CD25 세포가 존재한단 사실을 발견하고 CD25 T세포를 실험군 쥐에 투여 시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한단 사실을 밝혀냈다. 브런코와 램스델은 2001년 쥐 실험을 통해 'FOXP3'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해진단 점을 확인, 인체에서도 해당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선천성 전신 자가면역질환인 '아이펙스(IPEX) 증후군'이 나타난단 점을 실제 환자군에서 발견해냈다.
이주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아이펙스 증후군은 100만명당 1명 미만의 극희귀질환으로, 환자들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류마티스 관절염·다발성 경화증·1형 당뇨병 등 흔한 자가면역질환의 병인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를 제공했다"며 "기초의학 연구에서 '모델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단순 질병 치료를 넘어 면역학의 기본 원리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과학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을 '면역계의 오작동'에서 '평화유지군의 부족 또는 기능장애'로 재정의했으며, 아이펙스 증후군 등 희귀질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의 공통 기전을 밝혀낸 것은 기초 과학의 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며 "과거엔 면역억제제로 전체 면역계를 억눌렀지만, 이제는 조절 T세포를 증강하거나 이식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 치료할 수 있게 돼 보다 정교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도 "자가조절 T세포가 발현하는 T세포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정상 T세포에 발현하게 한다면 난치병으로 알려진 루푸스·1형 당뇨병·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T세포를 환자에게서 채취해 증폭시킨 뒤 인위적으로 이러한 수용체를 발현하게 하는 CAR-트레그(Treg) 세포를 이용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해당 임상은 현재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 생리의학상은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매년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수여한다. 앞서 지난해엔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와 게리 루브쿤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마이크로 리보핵산(RNA) 발견과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