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과 샤넬 등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중국 사업이 올해 제로 성장에 그칠 수 있단 전망이 나왔다. 중국 내부의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젊은 수요층이 명품 자체보다 경험 위주의 소비를 중시하는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파스칼 모랑 프랑스 고급패션연합회(FHCM) 사무총장은 "중국 내 사업이 2025년에는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그칠 위험이 있다"며 "낮아진 성장률이 업계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을 관리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FHCM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 디올 등 100여개 명품 브랜드 회원사를 포함한 조직이다.
SCMP는 최근 파리 명품 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를 들었다. 파리의 한 스위스 명품 시계 매장에서 한 중국인 고객은 2만5000유로(약 4150만원) 시계를 사기 위해 결제 방법을 두고 점원과 몇 시간 실랑이를 벌였다. 천신만고 끝에 결제가 승인되자 매장 직원들 사이에선 '중국 고객의 구매는 정말 오랜만'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점원은 "이제 중국 고객들의 지출은 줄었고 미국과 중동 고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 명품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이제 일반화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치로 나타난다. 베인앤드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내 개인 명품 소비는 20% 감소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도 중국 명품 소비가 20%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유일한 '전 지역 면세' 정책이 시행되는 하이난의 면세점 매출 역시 2024년 한 해 동안 29.3% 급감했다.
중국 명품 수요층의 소비패턴 변화가 가장 큰 이유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테판 비앙시 LVMH그룹 총괄 관리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은 해외여행을 덜 하고, 여행하더라도 예전처럼 고가 가방이나 의류를 사지 않는다"며 "대신 고급 호텔 숙박 같은 경험 소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모랑 사무총장은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문화와 창의성, 의미가 담긴 '전체 경험'을 원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가치 투자' 관점에서 명품을 구매하기 시작한다는 시각도 있다. 빈티지, 중고 한정판을 선호하며 특히 에르메스 가격 추이에 민감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소비 패턴 변화로 중국 내 민족주의적 소비 성향을 꼽았다. 젊은 세대는 '프랑스산 명품=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라는 기존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라오푸골드 등 국산 명품 업체들은 금값 급등세를 타고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 변화에 맞춘 적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ESSEC 경영대학원의 소냐 프로코펙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당장은 프랑스 브랜드를 덜 사지만, 브랜드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이제는 두 자릿수 고성장은 어렵지만 완만한 성장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모랑 사무총장은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회원사들은 중국 시장의 다층적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자기 정체성과 핵심을 지키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