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두달째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연준 내 극심한 의견 차이와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중시)에 따른 경제지표 부재 상황으로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75~4.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에 이어 올들어 2번째 금리 인하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정점이었던 5.25~5.5%에서 1.5%포인트 낮아지며 3년래 최저치로 내려왔다.
하지만 오는 12월 금리 인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FOMC 토론 과정에서 12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강하게 엇갈렸다"며 "12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의 추가 인하는 정해진 결론이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19명의 연준 위원들 사이에 금리를 더 내리기 전에 "최소한 한 사이클은 멈추고 지켜보자"는 의견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 내 극심한 분열은 이번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결정을 두고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연준 결정에는 12명의 투표 위원 중 2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유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천으로 지난 9월 FOMC부터 참석한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지난번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빅컷)를 주장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사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요구했다. FOMC 결정을 두고 정반대의 이유로 2명의 위원이 반대하기는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 내 의견차가 심해지는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정치적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으나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지금은 이견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조금씩 올라가는데 노동시장은 약화하고 있어 연준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는게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일부는 노동시장 약화에 초점을 맞춰 추가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일부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며 "여기에 명확한 해답은 없다"고 말했다.
10월 들어 정부 셧다운으로 소비자 물가지수(CPI) 외에 다른 경제지표 발표가 일제히 중단된 것도 연준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통상 FOMC 사이에 나오는 경제지표들이 연준 내 이견을 좁히는데 기여하지만 지금은 특히 새로운 고용지표의 부재로 위원들간의 분열을 봉합할 만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정부 셧다운에 따른 데이터 공백 상황이 12월에 금리 인하를 건너뛰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얻을지 알 수 없다"며 "불확실성의 수준이 매우 높을 때는 움직이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안개 속을 운전할 때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에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표인 점도표에 따르면 극히 미미한 차이로 금리가 9월과 10월에 이어 12월에도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9월 점도표에서도 나타났듯 12월 금리 인하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날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하 전망은 전날 90%에서 67%로 낮아졌다. 트레이더들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12월 9~10일 FOMC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정책팀장인 벤슨 더햄은 이제 12월 금리 인하는 "동전 던지기"처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도이치뱅크와 BMO 캐피털 마켓츠 등은 기존 12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크 틸리도 경제지표 발표가 재개되면 연준이 결국 12월에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노동시장 데이터가 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5명으로 압축된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포함된 블랙록의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리더는 연준이 12월에 금리 인하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바클레이즈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너선 밀러는 "금리 인하를 위한 기준선이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려면 단순한 위험 관리만으로는 안 되고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를 지냈던 제임스 불라드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연간 3%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의 강세로 지지되고 있는 견조한 소비와 전반적인 경제활동 성장세는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12월 금리 인하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소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 2022년 중반부터 진행해온 양적 긴축(QT)을 12월1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3년반 동안 보유하고 있던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증권(MBS)을 9조9000억달러에서 6조6000억달러로 줄였다.
연준은 그간 은행간 하루짜리 초단기 금융시장에 더 이상 현금이 넘쳐나지 않으면 QT를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 연준은 최근 금융회사에서 잇달아 부실 대출이 드러나며 유동성 긴축 신호가 포착되자 QT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은 MBS는 계속 줄여나가고 만기가 도래한 장기 국채는 단기 국채로 교체하기로 했다.
QT 중단은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QT 종료로 인한 시중 유동성 증가가 주식과 채권 등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30일에는 개장 전에 일라이 릴리와 머크 등 제약회사가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에는 애플과 아마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 비트코인을 세계 최대 규모로 보유한 스트래티지 등이 실적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