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에게도 익숙한 미국 AI(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가 자체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고졸 인재채용에 나선다. 프로그램은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따르는 대신 실무와 책임 중심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팔란티어가 미국 기술업계 채용방식에 새로운 길을 열지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올해 처음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펠로십'이라는 새로운 인재선발 방식을 도입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실력중심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4개월 동안 진행되며 성공적으로 완료한 이들에겐 정규직 채용기회를 제공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고학력자 인재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이례적인 행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대학이 더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는 신뢰할 만한 제도가 아니다"라는 알렉스 카프 CEO(최고경영자)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해버퍼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 로스쿨을 나온 카프 CEO는 지난 8월 실적발표에서 "요즘 대학생을 채용한다는 것은 진부한 말만 해왔던 사람들을 채용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팔란티어는 지난 4월 처음으로 펠로십을 공개하면서 "대학은 망가졌다"며 "입시는 잘못된 기준을 삼고 실력주의와 탁월함은 더이상 대학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올해엔 500명 넘는 졸업생이 지원해 22명이 선발됐다. 일부 참가자는 대학이 재미없어서 지원했고 일부는 목표했던 대학에 떨어지자 지원했다. 마테오 자니니(18)는 미국 명문 브라운대학과 팔란티어 펠로십에 모두 합격했다가 팔란티어를 선택한 경우다. 자니니는 "친구들, 선생님, 대학진학 상담사까지 모두 펠로십을 반대했다"면서 "부모님은 내게 결정을 맡겼고 나는 팔란티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첫 4주는 20여명의 연사가 참여한 집중세미나가 진행됐다. AI나 기술과 관련한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주별 주제는 서부개척 시대, 미국의 역사와 고유한 문화, 미국의 사상운동, 에이브러햄 링컨 및 윈스턴 처칠 같은 지도자 연구 등이었다. 팔란티어가 세미나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던지고자 한 질문은 '서구란 무엇인가' '서구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등이다. 서구사회의 가치를 지키는 기업을 표방하는 팔란티어의 정체성과 맞닿은 부분이다.
한 달가량의 세미나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곧바로 팔란티어의 실제 팀에 배정됐다. '전방배치 엔지니어'라는 직함으로 전국을 돌며 고객이 있는 현장에 투입됐다. 첫주는 병원, 보험사, 방위산업체, 정부기관 등 의도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팀으로 배치됐다.
4개월의 여정은 이달에 끝난다. 팔란티어는 22명 중 누굴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펠로십 관리자인 샘 펠드먼은 일부 참가자는 팔란티어가 잔류를 제안해도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중)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업계에 진출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며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