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AI(인공지능) 공포 트레이드가 미국 증시를 덮치고 있다. AI 공포는 크게 4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AI의 발달과 확산에 따라 일부 산업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AI의 기존 산업 대체론은 지난주 앤트로픽이 자사의 AI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워크에 법률, 재무 및 회계, 영업 등 전문 분야별 자동화 도구를 추가하며 본격화했다. 클로드 코워크의 자동화 도구가 법률 데이터 분석 및 계약서 작성, 재무 및 회계 분석 정리, 고객관리 등에 있어서 기존 소프트웨어를 위협할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며 소프트웨어주가 급락한 것이다.
이번주에는 보험 중개업,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 자산관리업, 화물 중개업 등에서 관련주들이 줄줄이 추락했다. AI 대체론의 타격을 받은 업종은 지식이나 정보를 분석, 관리하거나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순수한 서비스업이다. 지식 서비스 산업이 가장 쉽게 AI에 의해 붕괴될 수 있는 분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AI의 공습은 AI 개발에 대규모 자본지출을 투입하는 빅테크 기업에도 타격을 입혔다. 아마존은 12일(현지시간) 주가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기술적으로 침체장에 들어섰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2.2% 내려간 199.60달러로 마감해 전 고점 대비 하락률이 21.4%로 확대됐다.

아마존은 지난주 실적 발표 때 올해 자본지출 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446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아마존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등 4대 빅테크 기업들의 올해 자본지출액은 6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독일과 멕시코의 국가 예산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부인 애저의 매출액 성장률 둔화와 대규모 자본지출에 더해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이미 지난 1월29일 주가가 침체장에 들어섰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고점 대비 25.9% 하락했다.
메타 역시 지난해 4분기 호실적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자본지출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전 고점 대비 18.2% 떨어져 침체장 진입을 목전에 뒀다. 메타는 올해 AI 투자 규모를 1150억~1350억달러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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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알파벳은 전 고점 대비 10.4% 하락해 선방하고 있다. 알파벳은 올해 1750억~1850억달러로 예상되는 자본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영국, 스위스에서 약 32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AI에 투자를 덜한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AI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애플은 AI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날 주가가 5.0%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2020억달러 증발했다.
이날 애플의 주가 하락은 애플의 AI 비서라고 할 수 있는 시리의 신규 기능 출시가 최근 진행된 테스트 과정에서 문제에 부딪혀 늦어질 수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로 촉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당초 오는 3월 공개 예정이었던 iOS 26.4 업데이트에 시리의 새로운 기능들을 포함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단계적으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리의 일부 기능은 이후 iOS 업데이트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뉴먼은 이번주 초 보고서에서 새로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과 개선된 시리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올해 애플 주가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선된 시리는 2024년 6월에 열린 애플의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예고돼 지난해 초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계속 미뤄졌다.
마지막으로 AI의 역습 4번째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다. AI 발달과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최근 적지 않은 기술기업들이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매출액과 이익률에 압박을 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AI 칩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뿐만 아니라 AI 서비스들이 구동되는 서버에도 대량으로 필요하다. 또 애플의 시리 같은 AI 기능이 돌아가려면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도 더 큰 메모리가 들어가야 한다.
네트워킹 장비를 만드는 시스코 시스템즈는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매출액총이익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유통 파트너 및 고객과의 계약 조건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스코 주가는 12.3% 급락했고 메모리가 들어가는 서버와 PC를 제조하는 델 테크놀로지스는 9.1%, 서비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는 6.8% 하락했다.
모바일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퀄컴은 지난주 실적 발표 때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현재 분기에 대해 시장 예상을 밑도는 매출액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보도자료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휴대폰 사업의 단기 전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메모리 반도체회사를 비롯해 AI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만 AI의 역습에서 살아남고 있다. 기술주가 급락하며 나스닥지수가 2.0% 떨어진 이날도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0.9% 올랐다. 데이터 저장장치 회사인 샌디스크도 AI 활용이 확산되며 저장장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이날 5.2% 올랐다.
데이터센터에 전력 및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는 버티브 홀딩스는 이날 4.8% 하락하긴 했으나 이는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로 주가가 24.5% 폭등한데 따른 반락이었다.

한편, 1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는 지난 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지난 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음에도 현재 시장은 올 상반기 중에 한 번, 올해 말까지 2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이같은 금리 전망의 틀 자체가 흔들리며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1월 인플레이션이 둔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