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AI(인공지능) 수혜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AI 버블 가능성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배런스가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 4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2명은 지금이 AI 버블이라고 판단한 반면 2명은 AI 버블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가장 확신 있게 AI는 이미 거품이라고 말한 CIO는 애드비존 투자관리의 브라이언 헉스텝이었다. 그는 "이는 과거에 여러 번 목격했던 일반적인 버블"이라며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주식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거나 매우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상황은 정확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이나 닷컴 버블 때인 1998~1999년과 같다"며 "그 때처럼 사람들은 역사적인 밸류에이션은 보지 말고 미래 밸류에이션을 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놀라운 회사지만 주가는 실적이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AI가 미국의 모든 일자리를 바꿀 것이라는 과장된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센셜 웰스 어드바이저의 팀 커트니는 "주가가 펀더멘털에 대한 고려와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대한 판단 없이 결정되는 것을 버블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미 버블 안에 있다"며 "지금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과거 100년 중 상위 1%에 속한다"며 "현재 많은 기업들의 주가매출액비율(PSR)이 10배가 넘는다. 2000년에 PSR이 10배가 넘는 기업이 18개가 있었는데 이후 10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가가 평균 40%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S&P500 기업의 30%가 PSR이 10배가 넘으며 20%는 20배가 넘는다. 이는 대부분 AI 관련 기업들"이라며 "우리는 AI가 경제에 통합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데 동의하지만 현재 많은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과 괴리가 너무 크고 역사는 기업들의 실적이 이 괴리를 메우지 못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반면 오션 파크 자산관리의 제임스 오빈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닷컴 버블과 비교할 때 현재와 비슷한 점은 특정 테마에 대한 일부 과도한 낙관론과 흥분, 그 테마가 무한한 기회를 갖고 있다면 너무 비싼 주가란 없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7이 주로 현금흐름을 통해 투자하면서 부채가 큰 변수가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현재 상황과 닷컴 버블의 차이라며 부채 조달이 늘어나 투자 사이클의 고점이 더 올라가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버블이란 단어가 등장했다고 우리가 투자 사이클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투자 규모를 둘러싸고 회의론이 고조되는 것은 오히려 건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버블의 특징 일부가 목격되고 있는 만큼 증명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낙관론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환경"이라고 말했다.
새비 웰스의 안셜 샤르마는 현재 AI 수혜주들의 밸류에이션이 높긴 하지만 매출도 없는 기업이 세자릿수의 PER로 거래되던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다며 지금은 AI 버블이 아니라고 봤다.
그는 "현재 기업들은 실질적인 매출을 가지고 견조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으며 급격한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건전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들은 버블이라고 판단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