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때문에? 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안, 최종안 아냐"

김하늬 기자
2025.11.23 16: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28개항 평화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초 이달 27일까지 수용하라며 압박하던 데서 태도를 바꾼 것. 평화안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와 군 병력 감축 등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10.18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로 "(평화안이) 최종 제안이 아니다"며 "우리는 평화를 이루고 싶고, 어떤 방식이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안을 거부할 경우 "원한다면 마음껏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추수감사절(27일)까지 평화안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가 신속하게 서명하지 않을 경우 군사 등 모든 지원을 철회할 수 있다는 신호까지 보냈는데, 하루 만에 입장이 누그러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평화안에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보다 넓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지하도록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를 제한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을 비롯해 외교 관계자들도 트럼프의 평화안이 러시아적 관점에서 쓰인 계획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평화안에 격렬히 반발하며 "네빌 체임벌린과 아돌프 히틀러의 1938년 뮌헨 협정을 연상시킨다"고까지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영상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존엄을 잃을 것인지, 핵심 파트너를 잃을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하며 "28개 조항의 어려운 조건 또는 혹독한 겨울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젤렌스키 정부가 "엄청난 외교적 압력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진영 주요 국가들도 이번 평화안을 우려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회의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핀란드·아일랜드·네덜란드·스페인·노르웨이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계획은 우크라이나를 향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8개항 초안에는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필수적인 중요 요소들이 있다"면서 "따라서 초안은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제안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매우 문제가 많은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고,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미시시피)도 "소위 '평화안'에는 실질적 문제가 있다.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푸틴의 전쟁의지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관리들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평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러시아 대표단과의 별도 회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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