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최근 AI(인공지능) 버블 우려를 포함해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으로서 당연한 홍보(PR) 활동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엔비디아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고도 오히려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주가가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26일 1.4% 반등하며 180달러선을 회복했음에도 실적 발표 전에 비해 3.3% 낮은 수준이다.
AI(인공지능) 수혜주를 비롯한 미국 증시는 지난주까지의 부진을 딛고 이번주 랠리를 재개하는 모습이지만 엔비디아는 여러 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IR(투자자 관계)팀은 지난 24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7쪽 분량의 비공개 서한을 보내 엔비디아가 AI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을 상세하게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이 서한을 통해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이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는 순환거래 의혹부터 순환거래 파트너인 코어위브와 오픈AI의 재무 상황,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감가상각 기간 등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과거 회계부정을 저질렀던 엔론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5일에는 구글의 자체 개발 AI 칩인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가 주목을 받자 구글의 성과를 축하하면서도 엔비디아의 AI 칩 기술이 앞서 있다는 글을 소셜 미디어 X에 올렸다.
이는 구글의 최신 버전 AI 모델인 제미나이 3가 엔비디아의 GPU가 아니라 구글의 TPU에서 훈련됐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장악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데 대한 대처였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이 같은 대응은 오히려 한 때 잘 나갔다가 몰락한 휴대폰 제조회사인 블랙베리에 엔비디아를 비유하는 밈을 생성시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이 같은 여론전이 기업의 합리적인 PR 전략인지, 아니면 불안감을 반영하는 신호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엔비디아에 거의 유일하게 '매도' 의견을 제시한 시포트 리서치의 제이 골드버그는 마켓워치에 "엔비디아가 X에 올린 글을 보고 '엔비디아가 괜찮은 상태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 TPU에 대한 엔비디아의 메시지가 마치 "모든 직원들이 이미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나고 혼자 남은 인턴이 올린 글 같았다"며 내용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골드버그는 엔비디아가 AI 버블 우려에 반박하는 비공개 서한을 애널리스트들에게 보낸데 대해서도 "그런 부정적인 여론에 선택적으로 공개된 서한을 통해 대답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다"며 엔비디아는 "지금 이 문제가 더 커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애널리스트들에게 보낸 서한은 언론에 보도되고 누군가 X에 전문을 올리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골드버그는 자신이 엔비디아의 주가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지만 엔비디아가 회계 부정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어리석은 우려들"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엔비디아의 대응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는 뜻을 시사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맥도너 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짐 에인절은 엔비디아가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은 위험한 조치일 수 있다며 "CEO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때는 언제나 법적, 규제적 리스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 엔비디아가 자사 사업에 대한 우려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 "위험할 수도 있고" 월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엔비디아가 무엇을 누구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인절은 엔비디아가 X에서 구글의 TPU를 경쟁자로 언급한 것이 오히려 "기본적으로 경쟁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사람들에게 앤비디아가 유일한 선택지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엔비디아의 최근 행보는 리스크에 따른 보상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배런스는 엔비디아가 AI 투자 사이클과 AI 칩 시장에서의 위치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 역으로 엔비디아가 인정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는 더 큰 우려가 존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