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8명은 당신이 약속을 지킬 거라는 데 목을 걸었다."
상원 민주당에서 2인자로 꼽히는 딕 더빈 원내총무는 셧다운(미 연방정부 업무 일시정지) 40일째인 지난 9일(현지시간)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더빈 원내총무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 7명과 친민주 무소속 앵거스 킹 의원은 역대 최장 셧다운을 감수하더라도 공화당 임시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말자는 민주당 당론에서 이탈해 공화당에 협조했다. 대신 공화당으로부터 내달 중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료법(ACA) 연장 표결 기회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43일 만의 셧다운 종료 후 이들은 배신자 낙인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건 거래가 아닌 항복"이라고 비판했다. 더빈 원내총무와 함께한 진 샤힌 의원은 정계 진출을 노리는 딸 스테파니 샤힌으로부터 모친이 잘못 처신했다는 공개 비판을 들어야 했다.
당론을 등진 대가가 혹독하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공화당과 협상한 이유에 대해 협상파 8인 중 하나인 캐서린 코르테즈 마스토 의원은 "보험료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얻겠다고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는 없다"고 했다. 매기 하산 의원은 셧다운 기간 깊은 고통을 겪은 가족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위험을 감수한 것은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만약 공화당이 예산안 처리에 걸림돌이 된 필리버스터 제도를 없애버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지시에 맹종했더라면 정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것을 선택했다. 내년 상원 선거에서 과반을 빼앗길 가능성을 염두에 뒀겠지만 결과적으로 무한 대립과 과반 횡포를 막아냈다.
이번 셧다운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아직 알 수 없다. 공화당과 협상한 8인은 민주당의 배신자로 남을 수도, 셧다운 위기를 끝낸 중재자로 남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들이 신념을 위해 행동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이야말로 양극화와 혐오의 시대에서 미국 정치를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