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우크라 정권교체 압박? 젤렌스키 "대선 준비"

김희정 기자
2025.12.10 16:29

우크라이나에 트럼프 제안 휴전안 수용 압박,
트럼프 "우크라 지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
압박 받은 젤렌스키 "3개월 내 대통령선거"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런던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의 회담에 참석한 모습. /AFPBBNews=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다른 동맹국들이 안전한 선거를 보장할 수 있다면 3개월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문제 삼으며 크리스마스까지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저는 선거를 준비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이 유럽 동료들과 함께 선거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도와주시길 요청한다"며 "앞으로 60~90일 안에 우크라이나는 선거를 실시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선 계엄령하에서 선거가 법으로 금지돼있다. 전쟁 이후 내려진 계엄령을 근거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선거를 치르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트집 잡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의 상당 부분을 양보하는 평화 협정안을 받아들이게끔 압박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미에서 우크라이나 소방대원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주거용 건물 앞 자동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공개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을 선거를 피하기 위한 핑계로 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우크라이나)은 민주주의에 관해 얘기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권력에 집착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하다"며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행정부 관리들은 △러시아의 잦은 공습 △약 100만명의 전선 배치 병력 △수백만명의 이주 국민을 이유로 전시 중 선거 실시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국토의 5분의 1에 달하는 러시아 점령지 국민과 최전선 근처의 유권자도 투표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그간의 입장에서 선회해 계엄령 기간에도 선거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가 제안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시 선거 실시에는 반대하나,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 이후 6년 넘게 리더십에 변화가 없었던 터라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인포 사피엔스의 지난달 후반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에서 젤렌스키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사람은 20.3%였다. 근소한 1위이지만 한달 새 4%포인트 줄었다.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이 지난 3일(현지 시간) 제공한 12월 촬영 영상 사진에 동부 도네츠크주 미르노흐라드의 건물들이 폭격으로 크게 파괴돼 있다. /AP=뉴시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평화 협정안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답변 기일을 며칠 내로 제시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2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신속히 결정할 것을 압박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할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를 합의 도달 기점으로 잡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참여한 미국의 28개 평화 계획 수정안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이 계획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반(反)우크라이나" 조항들이 여러 개 포함돼 있었으나, 현재는 20개 조항으로 축소되며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반면 미국의 안전보장 문구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은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향해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강화하는 한편 남동부 전장에서 꾸준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요구한 도네츠크 지역에서는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롭스크의 상당 부분을 점령했고, 위성 도시인 미르노흐라드(평화의 도시라는 뜻)를 포위해 위협하고 있다. 이 도시들을 상실하면 우크라이나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더 깊숙이 공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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