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술로도 노동생산성 2배 높여"…美경제학계도 AI 열풍

필라델피아(미국)=심재현 특파원
2026.01.04 15:53

[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총회]

피터 맥크로리 앤트로픽 수석 경제학자.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2026 연례총회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나 미국의 통화정책 같은 정부의 경제·금융 방침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가 주된 주제였지만 올해는 빅테크업계의 담론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AI를 주제로 한 강연과 토론이 1년 만에 2~3개에서 20개 수준으로 늘었다.

강연자들과 청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주제는 그 중에서도 AI의 생산성 효과였다. 지난해 하반기 자본시장을 흔든 AI 거품론과 맞물려 AI가 얼마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경제 석학들은 AI 도입 초기의 비용 증가와 조직 내 반발 등 진입장벽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AI가 성장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생성형 AI 개발사 앤트로픽의 피터 맥크로리 수석 경제학자는 'AI와 의사결정의 경제학'이라는 주제의 패널토론에서 "현재 수준의 AI 모델 역량으로도 앞으로 10년 동안 노동생산성을 연간 1.8%포인트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맥크로리 수석은 특히 "AI 채택이 지역별로 매우 불균등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산업혁명 시기처럼 지역별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이미 소득이 높고 부유한 경제권이 지속적이고 더 빠르게 생산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맥엘헤란 토론토대 교수.

AI 도입 초기엔 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티나 맥엘헤란 토론토대 교수는 미국 제조업 부문 자료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AI 활용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단기 생산성이 약 1.3% 하락한다"고 밝혔다.

맥엘헤란 교수는 다만 "이런 단기 성과 저하는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전환 비용 때문"이라며 "전환기 이후엔 기업의 매출과 고용, 생산성이 모두 개선되는 'J-커브' 형태를 보인다"고 밝혔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도 다양한 강연과 토론에서 다뤄졌다. 혁신 경제학 분야의 차세대 석학으로 꼽히는 다니엘 리 MIT(매사추세츠 공과대) 교수는 'AI와 노동시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면서 노동자의 숙련도가 AI라는 자본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AI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I가 기술 수준이 낮은 저숙련 노동자의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긍정적인 도움을 주지만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전문가 수준의 업무까지 자동화할 잠재력을 보이면서 전문직에 대해선 역할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다니엘 리 MIT대 교수. /사진=심재현 특파원

로런스 슈미트 교수 MIT 교수도 또다른 강연에서 "AI가 중기적으로 고등교육이나 숙련을 요구하는 전문직 수요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AI의 발전이 저학력·저임금·남성 지배적인 직업을 유도하는 등 과거 기술 진보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결국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존엄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AI가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기술 자체보다 AI를 어떻게 구현하고 업무에 통합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AI가 일으킬 수 있는 소득 불균형도 주요 쟁점이었다. 로라 벨드캠프 컬럼비아대 교수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서의 생산성과 경쟁'을 주제로 한 패널토론에서 "산업혁명 기처럼 생산이 자본집약적으로 이뤄지면서 자본이 가져가는 과실의 몫이 늘고 노동의 몫이 감소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라 벨드캠프 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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