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북극 섬인 그린란드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은 누가 불지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자인 로널드 로너가 주인공으로 지목된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물론, 그렇다면 로너는 왜 그린란드에 관심을 가졌는지 시선이 쏠린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트럼프가 '저명한 사업자로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사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저명한 사업자가 로널드 로더다. 가디언은 로더에 대해 "60년간 인연을 맺어온 친구이자 열렬한 지지자인 그의 말은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로널드 로더는 올해 만 81세로 트럼프 대통령(만 79세)과는 두 살 터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60년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을 다니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로더는 가업을 물려받아 화장품 회사(에스티로더)에 근무했다. 로더는 정치에도 몸담았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로 활동했다. 1989년에는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로더는 오랜 기간 트럼프를 지지했다. 2016년 말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자 로더는 '트럼프 승리 위원회'에 10만달러(1억4700만원)를 기부했다. 2018년 트럼프가 정신 건강과 관련한 의심을 받았을 때도 로더는 그를 "놀라운 통찰력과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며 옹호했다. 한때 트럼프와 유대인 문제 등을 두고 멀어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되찾자 로더는 재정 지원을 이어갔다.
미국 언론인들이 쓴 '분열자'에 따르면 로더가 처음 트럼프에게 그린란드 매입 구상안을 제시한 건 2018년경이다. 로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는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며 그곳에는 엄청난 자원이 잠들어 있다"며 "내가 덴마크 정부와의 사이에서 비공식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로더가 트럼프의 관심을 그린란드로 돌린 후 자신의 자산을 북극 지역에 쏟아부었다고 추정했다. 덴마크 일간지인 폴리티켄도 지난해 12월 로더가 덴마크 내 소규모 기업 두 곳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그중 하나가 디스코섬 항구 마을에서 광천수를 채취할 수 있는 면허를 보유한 '그린란드 워터뱅크'다.
이 회사는 그린란드 내에서 '이미빅'이란 이름의 생수를 판매중이다. 로더는 워터뱅크를 통해 그린란드산 생수를 고급화, 세계 상류층에 판매하겠다는 걸로 풀이된다. 폴리티켄은 로더가 이밖에도 그린란드의 국가급 에너지 인프라 사업까지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국제학연구소(DIIS)의 라스무스 신딩 쇠데르고르는 "트럼프는 과거 골프 파트너,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 그리고 사업 파트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로널드 로더 같은 인물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전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친구들로부터 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며 "그렇게 형성된 의견은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