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텔이 몰래카메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BBC 폭로에 따르면 투숙객들의 은밀한 사생활이 이른바 '스파이캠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수천명에게 유료 생중계되며 거대한 범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BBC 조사 결과, 중국의 스파이캠 범죄 조직들은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와 은밀한 전용 사이트를 활용해 투숙객들의 사생활 영상을 유료로 거래하며 거대한 범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홍콩 출신 남성 '에릭'(가명)은 2023년 SNS(소셜미디어)에서 영상을 보던 중 자신과 여자친구가 촬영된 장면을 발견했다. 3주 전 중국 남부 선전의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하룻밤을 보냈었는데 당시 영상이 수천명이 접속하는 채널에 공유돼 있었던 것이다. 에릭과 그의 여자친구는 3년 전의 악몽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출 시 모자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호텔 투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중국에서 몰래카메라 음란물, 이른바 '스파이캠 포르노'는 최소 1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스파이캠 포르노 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 호텔 소유주들에게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나 불법 촬영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다.
BBC는 1년 6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텔레그램을 통해 홍보되는 최소 6개의 사이트와 앱을 확인했다. 이들 플랫폼은 180곳 이상 호텔 객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운용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사이트만 7개월간 54대의 카메라가 번갈아 가동되는 것이 관찰됐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호텔 투숙객이 객실에 들어와 키카드를 꽂는 순간부터 촬영이 시작됐고, 영상은 실시간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형태로 제공됐다. 구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투숙객의 외모와 성행위를 평가하며 노골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BBC 취재진은 중국 정저우의 한 호텔 객실에서 벽면 환기구에 숨겨진 카메라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흔히 판매되는 탐지기는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해당 카메라가 제거되자 텔레그램 채널에 즉각 소식이 퍼졌고, 운영자는 다른 호텔에 대체 장비를 설치했다고 알렸다.
BBC는 'AKA'로 불린 중개상 한 명이 지난해 4월 이후 최소 16만3200위안(약 3446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최초의 성폭력 위기 대응 센터이자 비영리 민간단체인 레인릴리의 블루 리는 "피해 영상 삭제 요청이 급증했으나, 텔레그램이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치가 어렵다"고 밝혔다.
BBC가 신고 기능을 통해 텔레그램에 '스파이캠 포르노' 실태를 고발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10일 후 전체 조사 결과를 들고 다시 연락을 취하자 텔레그램은 "비동의 음란물은 약관 위반"이라며 향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