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설로 사퇴 압박을 받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12년 가족들과 엡스타인의 개인 섬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도 엡스타인과의 친분 관계는 부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의 미국측 핵심 인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엡스타인과의 교류 의혹에 대해 엡스타인을 2005년 뉴욕에서 이웃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14년 동안 2번 더 만나 총 3번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엡스타인의 개인 섬에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족들과 함께였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개인 섬은 미성년자 인신매매가 이뤄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러트닉 장관은 "가족 휴가를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던 과정에서 당시 그와 (섬에서) 점심을 먹은 건 사실"이라면서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 유모들이 함께 있었고, 다른 부부와 그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는 한 시간이었다"면서 "그 다음 우리는 아이들과 같이 (섬을) 떠났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그럼에도 "그와 친분 관계가 있다거나 지인이라는 얘기를 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엡스타인 문건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러트닉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2005년 엡스타인을 알게 됐지만 혐오감을 느껴 관계를 완전히 단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자료에서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자료엔 두 사람이 2011~2012년 뉴욕과 엡스타인의 개인 섬에서 사적으로 만날 계획을 논의했고 2018년에는 거주지 맞은편의 개발 계획을 막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도 확인됐다. 이후 미국 의원들 사이에선 러트닉 장관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면서 사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반 홀렌 의원은 "러트닉 장관의 문제는 엡스타인과 관련해 어떤 잘못을 지었다는 게 아니라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허위로 진술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현재 맡은 직책에 대한 적격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백악관은 러트닉 장관에 대한 지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팀의 매우 중요한 일원"이라면서 "대통령은 장관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