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이란 전쟁 충격 상대적으로 작지만…추가 조정 불가피[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3.03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도 미국 증시는 2일(현지시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고 선방했다. 하지만 3일엔 미국의 주요 지수선물이 다른 글로벌 증시 하락과 전쟁 장기화 우려에 0.8%대에서 1%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증시가 이란과의 전쟁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전쟁과 상관없이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S&P500지수 최근 3개월간 추이/그래픽=김지영

미국 증시는 2일 개장 직후 큰 폭으로 하락하다 점심 무렵에는 낙폭을 거의 만회했다. 이에 따라 S&P500지수는 0.04% 강보합으로, 나스닥지수는 0.4% 상승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장 초반에 거의 600포인트가량 급락하다 73포인트, 0.2%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국 이외 지역의 글로벌 주가지수인 아이셰어즈 MSCI ACWI 미국 제외 ETF(ACWX)는 2일 1.7% 떨어지며 지난 1월 말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선방한데 대해서는 4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째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월가엔 실제로 "총알이 날아다닐 때 매수하라"는 격언이 있다.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크리스 맥시는 마켓워치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는 분명 어렵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겪어 왔기 때문에 과민 반응해 봤자 어떤 이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한 때 12% 급등했다가 6.3%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도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유가 급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00년 이후 WTI 선물가격이 하루에 10% 이상 치솟은 적은 22번 있었는데 대개 초기에는 증시가 급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 급등 다음날은 S&P500지수가 평균 0.24% 떨어졌지만 한 달 후에는 평균 1.23%, 중앙값 기준으론 3.57% 올랐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시가 이란과의 전쟁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는 둘째 이유는 미국이 2019년 이후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일 미국 증시에서는 에너지주와 방산주가 크게 오르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클록타워 그룹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에릭 월러스타인은 "미국은 거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수준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보는 에너지 순수출국"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경기가 호조세라는 점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이날 지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4로 지난 1월의 52.6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이라는 의미다. 이는 지방 은행을 비롯한 소형주에 호재가 되며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이날 0.9% 올랐다.

파이퍼 샌들러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캔트로비츠는 "ISM 제조업 지수가 두달 연속 50을 웃돌기는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라며 이는 미국 경제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형 경기 순환적 반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자사 견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올해 들어 미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기술주에서 나머지 섹터로 이동하는 순환매가 진행되며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MAI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크리스 그리산티는 "투자자들이 본질로 돌아가 '앞으로 수개월간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이번 갈등이 기업 실적에 타격을 주기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하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S&P500지수의 7000 돌파가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재개하려면 추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투자심리가 취약하고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 강하게 오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팀은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거시 환경이 우호적임에도 미국 증시가 지정학적 긴장과 상품 가격의 급등락 여파를 흡수하는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경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우선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해에는 미국 주식을 꾸준히 저가 매수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전만큼 주식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활발하게 이뤄지며 증시에 일부 지지력을 제공했지만 3월16일쯤부터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내부자 거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실적 발표 2주일 전부터 실적 발표 직후까지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데 이를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올들어 발표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3170억달러로 2023년에 이어 두번째로 많지만 골드만삭스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랠리를 촉발하기는 어려우며 자사주 매입 중단은 미국 증시에 약세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봤다.

한편, 3일엔 개장 전에 유통업체 타겟이, 장 마감 후엔 사이버 보안회사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각각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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