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설득 네타냐후, '웃돈' 받는 푸틴…중동 화염속 '최대승자' 평가

정혜인 기자
2026.03.11 15:27

[미·이스라엘, 이란 전쟁][WHY]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의 숨은 승자로 꼽히고 있다.

이란이 국제유가를 인질로 삼아 글로벌 보복에 나서면서 이번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하고, 대립 구도가 이스라엘 대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이란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지원으로 오랫동안 설계한 이란 정권 붕괴 실현과 정치적 생명 연장을 노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분산된 데다 국제유가 상승, 러시아산 원유 제재 해제 움직임 등 다양한 이익을 얻을 거란 분석이다.

"푸틴, 참전 없이 외교·경제 이익 노려…최대 승자"

10일(현지시간) B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러시아가 이란 전쟁을 통해 외교적,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로 꼽았다. 푸틴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갈등 중인 미국, 이란과 각각 소통하며 '전쟁 중재자' 면모를 강조하는 한편 중동산 원유의 빈자리를 러시아산 원유로 메우며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145개국 EU 대사들의 연례회의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마련할 새로운 재원을 얻게 된다"며 "이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규탄했다.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쌓아온 서방의 공조 체제가 유가 파동이라는 파도에 허물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위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푸틴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 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1시간가량 통화에선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BBC는 "푸틴 대통령은 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과 모두 접촉하며 자신을 '국제적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동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외교적으론 이란 문제에서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고, 경제적으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러시아 이익 챙기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를 받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제값을 못 받았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도 일부 해제됐고, 원유 가격이 올라 수출 이익도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 추가 해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란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는 국제 원유시장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5달러 높은 프리미엄 가격에서 팔리고 있다"며 "전쟁 전인 지난달 브렌트유보다 10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트럼프 '힘에 의한 평화' 본능 이용…숨은 승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13일(현지시간) 예수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의사당에서 연설하기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전쟁의 숨은 승자라는 분석은 전쟁 초반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전쟁은 사실상 네타냐후 총리가 설계한 '정치적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거세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1인 설득 전략'을 펼치며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끌어냈다고 평가한다. 이란 정권 교체만이 중동의 영구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를 주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 본능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란 정권의 약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 상황을 통해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전쟁이 국가 안보 위기로 인식될수록 정치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 간 대립으로 굳혀질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힘을 빌려 숙원인 '이란 정권 붕괴'를 도모하는 동시에 지지율 하락과 부패 혐의로 위태롭던 자신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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