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이란 전쟁 후 첫 공개 경고
"여러 산업에 심각한 연쇄 반응·극적인 도미노 효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규모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이번 전쟁이 전 세계 경제에 재앙적 결과(catastrophic consequences)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CNBC·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란 전쟁으로 석유 시장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단연 역내 석유·가스 산업이 마주한 역대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나세르 CEO는 이번 전쟁이 "심각한 연쇄 반응과 극적인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고, 이는 해운 분야를 넘어 항공, 농업, 자동차 등 여러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세계 경제에도 극단적인(drastic)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나세르 CEO의 이날 발언은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이 이번 분쟁과 관련 처음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다른 산유국인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최근 에너지 공급 차질이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세르 CEO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지금까지 1억8000만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현재 사우디 동부 유전과 서부 홍해를 연결하는 '이스트-웨스트 송유관'으로 수출 경로를 우회하고 있다"며 수일 내에 원유 수출량을 기존의 70%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람코의 기존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약 700만 배럴로, 이 가운데 소량만 홍해를 통해 출하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이란의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우디의 원유 대부분이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외 미국을 배후로 둔 걸프만 친미 성향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정유 공장,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장 등 중동 지역 주요 에너지 인프라를 연이어 겨냥했고, 중동 산유국들은 이란의 공격 여파로 잇따라 감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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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파로 국제유가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에 이어 110달러를 웃도는 급등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를 위협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마지막 단계를 언급하고, G7(주요 7개국) 에너지 장관들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전력비축유 방출 방안을 논의하면서 유가의 급등세는 진정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의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가량이 하락한 배럴당 83.45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이후 8거래일 만에 정산가 기준 첫 하락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석유 운송을 방해하며 지금보다 20배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지속하면 '단 1리터'의 석유도 반출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