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유가 진정을 위해 이란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유가 및 원유수급에 대한 경고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 풀리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재앙적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앞으로 적어도 두달 이상 배럴당 95달러를 훌쩍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EIA는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대이던 브렌트유가 올 3분기 이후 연말까지 70달러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58달러로 제시했던 올해 국제유가 평균가격 전망도 79달러로 37% 상향 조정했다. 이대로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도 경고에 가세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는 "과거에도 공급 차질을 겪은 적이 있지만 이번 사태는 중동 석유·가스 산업이 직면한 최대 위기"라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세계 경제에도 극단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람코에선 이날까지 1억8000만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앞서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지역 주요 산유국도 감산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100여척에서 한자릿수로 줄어든 상태다.
공급 불확실성에도 이날 국제유가는 이란전쟁 개시 이후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정산가 기준으로 전장보다 11.32달러(11.94%) 하락한 배럴당 83.4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87.80달러로 11.16달러(11.27%) 하락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국들이 보유한 전략비축유를 역대 최대 규모로 방출할 것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일단 진정시켰다. 이와 관련 G7(주요7개국) 정상들은 한국시간 11일 오후 화상회의를 갖고 비축유 방출방안을 논의했다. 시장에선 땜질식 처방이 수급 불안정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