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방출, 심리 개선 효과일 뿐…역대 최대 원유 공급난 해결 못해[오미주]

비축유 방출, 심리 개선 효과일 뿐…역대 최대 원유 공급난 해결 못해[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3.11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이란 전쟁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는 현재 9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이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발언한데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0일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브렌트유 최근 한달간 선물가격 추이/그래픽=김다나
브렌트유 최근 한달간 선물가격 추이/그래픽=김다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IEA가 회원국들에 제안한 비축유 방출 규모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1억8200만배럴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몇몇 미국 관료들은 IEA가 보유한 비축유 12억배럴 가운데 25~30%, 약 3억~4억배럴의 방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EA가 설립된 후 최대 규모의 방출이다. IEA는 11일 32개 회원국들의 투표를 거쳐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다.

비축유 방출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10일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가는 9일 장 중 한 때 120달러에 근접했던 고점에서 10일 장 중 저점까지 30% 이상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2거래일 동안의 가장 큰 하락률이다.

10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3.45달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87.80달러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비축유 방출, 하루 120만배럴이 최대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비축유 방출이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에너지 트레이더인 레베카 바빈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비축유를 방출해도 경매에 부친 후 선적해 물리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비축유를 저장고에서 방출하는데도 시간적 한계가 있다. 그는 IEA가 가장 최근 비축유를 방출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하루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방출 규모가 약 120만배럴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IEA가 하루에 방출할 수 있는 원유 규모는 120만배럴이 최대일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이란 전쟁으로 감소한 원유 공급량은 하루에 160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 상태나 마찬가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하루 원유 물동량이다.

바빈은 "일부 원유는 여전히 수송되고 있고 일부는 우회로, 즉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과 아랍 에미리트의 푸자이라 항구를 통해 운송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에 약 1000만배럴의 물동량이 타격을 받아 효율적으로 운송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JP모간도 IEA가 비축유를 방출해도 하루에 120만배럴이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IEA에서 미국이 가장 많은 비축유를 방출하고 나머지는 유럽 국가들과 일본, 한국이 채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미국이 보유한 비축유가 최대 저장 능력인 7억2700만배럴보다 크게 낮은 4억1600만배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JP모간은 이 때문에 미국의 하루 최대 비축유 방출량은 440만배럴이지만 실제로 가능한 방출량은 2022년 방출 당시 하루 평균 약 100만배럴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비축유를 방출해도 하루 약 120만배럴이 최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JP모간은 이같은 방출량이 유가 안정에 "도움은 될 것"이라면서도 하루 1600만배럴 규모의 공급 부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쟁 후 공급망 정상화도 시간 걸려

이란 전쟁이 끝나도 원유 공급망을 빠르게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드 맥켄지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유 공급에 가해진 충격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하루 약 1500만배럴의 석유 수출이 사라진 상태라고 추정했다.

이어 "정유소나 항구에 저장된 석유 제품은 선박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운송할 수 있지만 유정이 장기간 가동 중단된 경우 원유 생산을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몇 주일, 혹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 글로벌의 부회장이자 퓰리처상을 받은 에너지 역사학자인 대니얼 예긴도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난다 해도 중동 지역의 에너지 생산을 이전 수준으로 복구하는데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우드 맥켄지처럼 이번 이란 전쟁은 세계 석유시장에 지금까지 전레없는 공급 충격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공급 충격은 1970년대 석유 위기와 1980년대의 이란-이라크 전쟁을 능가한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막히면서 최근 며칠간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 에미리트 등은 원유 생산을 줄였다. 예긴은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타격이 2주일가량 지속된다면 전쟁 후 정상화까지 몇 주일 정도 소요되겠지만 생산 타격이 장기화한다면 유가가 급등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이 붕괴하고 경기 침체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월 CPI 발표

한편, 11일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지난 2월 CPI는 전월비 0.3%, 전년비 2.4%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1월 대비 전월비 상승률은 0.1%포인트 오른 것이고 전년비 상승률은 동일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2%, 전년비 2.5%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비 상승률은 지난 1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고 전년비 상승률은 동일한 것이다.

지난 2월 CPI에는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은 반영돼 있지 않다. 그러나 근간의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난 2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 증시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오라클은 10일 장 마감 후 클라우드 매출액이 급증했다고 밝혀 AI(인공지능)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8.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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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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