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행한 이란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숨은 승자'로 꼽힌다. 이란이 국제유가를 볼모 삼아 글로벌 보복에 나서면서 이번 전쟁이 에너지전쟁으로 확산하고 대립구도가 이스라엘-이란이 아닌 미국-이란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지원 아래 오랫동안 설계한 이란정권 붕괴 및 정치적 생명연장을 노린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일로 세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반사익을 누린 데다 유가상승 등으로 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푸틴, 참전 없이 최대 승자로"
10일(현지시간) BBC·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러시아가 이란전쟁을 통해 외교·경제적 이득을 챙기는데 주력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로 꼽았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이란과 각각 소통하며 '중재자' 면모를 강조하면서 중동산 원유의 빈자리를 러시아산 원유로 메우며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145개국 EU 대사와의 연례회의에서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자금을 마련할 새로운 재원을 얻게 됐다"며 "이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규탄했다. 러시아의 고립을 위한 서방의 공조체계가 유가라는 높은 파도에 허물어진다는 우려다.
WSJ는 "이란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5달러 높은 프리미엄 가격에 팔린다"고 전했고 트럼프행정부는 유가가 급등하자 러시아산 원유제재를 추가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분쟁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이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으론 이란문제에서 '긴장완화'를 촉구하며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고 경제적으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러시아 이익 챙기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트럼프 본능 이용한 숨은 승자"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전쟁의 숨은 승자라는 분석은 전쟁 초반부터 줄곧 제기됐다. 이코노미스트·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이번 전쟁은 사실상 네타냐후 총리가 설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정권교체만이 중동의 영구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를 주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 본능을 자극했다고 본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2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군사지원을 바탕으로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패혐의로 위태로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전쟁이 국가안보 위기로 인식될수록 정치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