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돌아오면 죽는다" 엄마 말 못 듣고…망명 번복한 이란 선수

윤혜주 기자
2026.03.12 08:44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이 11일 브리즈번에서 호주에 망명을 신청해 인도주의 비자가 발급된 이란 여자 축구팀 스태프 및 선수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불과 몇 시간 후 마음을 바꿔 이란 귀국을 결정했다/사진=토니 버크 내무부 장관 인스타그램 갈무리

호주에 망명을 허가받은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단 중 한 명이 마음을 바꿔 자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가운데 "돌아오면 죽는다"는 가족의 메시지가 선수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CNN 등 주요 외신들은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이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단 중 한 명이 망명 신청을 했다가 마음을 바꾼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 중 5명은 지난 9일 호주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 받았다. 이후 또 다른 2명이 이들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고, 호주 정부도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지만 이들 중 1명이 돌연 마음을 바꿨다. 다만 누가 이란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선수는 이미 호주를 떠난 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이란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수의 어머니는 "이란으로 돌아오지 마라. 그들이 널 죽일거야"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선수에게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버크 장관은 "호주에서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그녀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을 존중한다"며 "그녀의 결정인지 확인했고 필요한 모든 질문을 다 했다"고 밝혔다.

망명 결정을 번복한 선수가 이란 대사관 측에 연락해 숙소로 데리러 와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란 당국이 다른 선수들의 위치까지 알게 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호주 당국은 선수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긴급 작전을 벌여야 했다.

10일(현지 시간)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한 경찰관이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의 이동을 막은 시위 참가자를 설득하고 있다./AP=뉴시스

이란 축구 연맹 수장은 지난 10일 국영TV를 통해 귀국하는 선수들이 더 이상 처벌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귀국 후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앞서 이란 선수들은 지난 2일 한국과의 조별 리그 경기를 앞두고 국가 연주에 침묵했다. 이 모습이 영상으로 퍼졌고 이란 내 강경파는 이들을 '전시 반역자'라 비난하며 사형 등 중형을 요구했다. 이들은 5일과 8일 이어진 경기에서는 국가를 불렀으나 귀국 후 처벌 등 신변 안전이 우려되자 일부 선수들이 머물고 있던 호텔을 이탈했다.

이란은 호주가 사실상 이들을 '납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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