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로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도 좀 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이란전쟁 종전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종전 협상을 할 의향이 없다"며 "아직 조건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개발에 대한 완전한 포기'가 조건 중 하나인지 묻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 생명줄'로 불리는 하르그섬을 다시 공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르그섬에 대한 공격은 이란 경제를 사실상 마비시킬 수 있어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졌는데 전날에 이어 재차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하르그섬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재미 삼아(just for fun) 몇 번 더 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하르그섬 공격을 발표하면서 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했다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석유 기반 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된다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 상황을 감안해 한국을 비롯한 5개국 등에 파병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해협 봉쇄로) 영향 받는 다른 국가들이 군함을 보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고 썼다. 이어 NBC에 구체적인 지원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란도 이에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MS나우 인터뷰에서 "우리 군은 석유 및 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격 받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이미 밝혔다"며 "이 경우 지역 내 미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미국 기업이 주주로 있는 모든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또한 SNS X에 글을 올려 미국이 한국 등 5개국에 군함을 요청한 데 대해 '구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이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도움을 구걸하고 있다"고 적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오만을 비롯한 중동 여러 국가들이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고 이란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당장 그 일(종전)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차질 없이 임무를 계속 수행할 뿐이고 지금은 (종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고 배상을 비롯한 자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란은 여러 국가의 휴전 협상 제안을 거부했다"며 "이란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 시도에 나섰던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협상 와중 공격을 당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비공식 회담(back-channel talks)에는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