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관련, 2~3주내 미군 철수를 예고한 만큼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은 군사작전 종료 등 종전을 언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란과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기에 이란의 핵 무력화, 정권교체 등을 거론하며 '셀프 승리'를 선언할 거란 예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대로 이란에서 발을 빼면 전쟁의 대가를 전세계가 치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밤 9시(현지시간) 이란 전쟁과 관련해 연설을 진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황금시간대 연설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한국시간으론 2일 오전 10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SNS(소셜미디어) X에 "이란과 관련한 중요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연설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연설 예고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31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기에 곧 이란을 떠날 것"이라며 "철수는 2~3주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중 종전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 4~6주의 시한을 예고했는데 날짜가 임박한 데다 국제유가가 진정되지 않고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은 5주째 진행 중이다.
그동안의 발언과 연설 스타일에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성과를 자화자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고 (전쟁)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정권 교체가 애초 목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수사적인(rhetorical)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가 됐다고 주장해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만으로 실질적인 종전에 이르는 것은 아니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개방 과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길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날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당면한 국가가 석유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는 취지로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미국에서 석유를 사가든 직접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서 석유를 확보하라"며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나와 합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엔 "이란과 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고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종전'을 선언할 경우 그 대가를 전세계가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란은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고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왔는데 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종전을 언급한다면 사실상 미국이 전략적으로 패배한 것이라고도 봤다.
CNN은 "이란이 해협을 장악한 채로 전쟁이 끝난다면 미국엔 전략적 패배, 이란엔 전략적 승리가 될 것"이라며 "실제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료를 받으면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군사 시설, 미사일·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긴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가 계속되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 싱크탱크 디펜스프라이어리티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메리 켈라닉은 "국제유가 폭등은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미국 소비자들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또한 호르무즈발 경제적 타격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촉발해 미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