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 찾은 '18분 맹탕연설'… 추가공습 불안만 커졌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4.03 04:05

트럼프 대국민 연설… 전쟁 정당성·위력 자화자찬
"이란 내 발전소 타격할수도" 백기투항 압박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전쟁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 로이터=뉴스1

종전선언도, 구체적인 종전계획표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이란전쟁의 정당성과 미군의 위력을 설명하는데 열중했다. 새로운 내용보다 이란을 향해 사실상 '백기투항'을 압박하고 유가상승에 대한 미국민의 우려를 달래는데 집중했다.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할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맹탕연설'이면서 추가공습을 언급해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한 달 동안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재탕한 것에 불과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6개월 정도 남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급등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수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각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8분간 이어간 연설 초반부터 "신속하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전쟁의 성과를 부각했다. 또 "핵심 전략목표 달성이 가까워졌다"며 "일을 아주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란전쟁에 대한 미국 내 찬성여론이 30%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커지는 점을 감안, '조기 승리' 프레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다. 반전여론 확대에 맞서 '임무완수' 카드를 꺼내들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언급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호르무즈해협 의존도가 큰 국가들이 해협을 관리하라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 부족한 국가들은 미국에서 석유를 사거나 이제라도 용기를 내서 호르무즈해협으로 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직전까지만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검토"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유럽국가들과 갈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실제 연설에선 불만을 내비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동맹국들의 '자발적 기여'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줄다리기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을 향해선 당분간 고강도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 전역의 발전소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민간 인프라를 볼모로 백기투항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지도부는 대부분 사망했고 새 지도부는 덜 급진적"이라고 언급한 대목에도 주목했다. 정권교체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협상의 상대를 '새 지도부'로 설정하려는 계산이 깔린 언급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 백악관 행사에서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련, "(문제해결을) 유럽국가가, 한국과 일본이 하게 두자"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고 밝혔다. '핵무력'이란 북한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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