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이란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지난주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한 가운데 이번주에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쇼크를 데이터에서 처음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 이란과의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간 그들(이란)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종전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다음날 증시는 보합권에서 선방했다.
지난주 다우존스지수는 3.0%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4%와 4.4% 상승했다. 게다가 지난주 금요일(3일) 미국 증시는 성 금요일로 휴장했지만 이날 발표된 지난 3월 고용지표는 예상을 웃도는 호조세로 나와 일단 노동시장 약화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한결 가벼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이 이어졌던 지난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17만8000명 늘어 다우존스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5만9000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3월 실업률도 지난 2월과 같은 4.4%를 유지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4.3%로 내려갔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조만간 금리 인하는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고용 강세는 투자자들에게 큰 안도감을 준다.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은 없다는 것과 노동시장이 견조하게 버티며 경제 펀더멘털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기 우려는 덜었지만 이번주에는 인플레이션 충격이 닥칠 수 있다. 오는 10일에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결과 지난 3월 CPI는 유가 상승으로 전월비 1.0%, 전년비 3.3% 튀어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월의 전월비와 전년비 상승률 0.3%와 2.4%에서 훌쩍 높아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유가 영향이 배제돼 CPI보다 낮은 전월비 0.3%, 전년비 2.7%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3월의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 역시 지난 2월의 전월비 0.2%와 전년비 2.5%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CPI 상승률 확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인 쇼크로 보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오는 9일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지만 이란 전쟁의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나온다. 2월 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1월과 같은 2.8%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근원 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은 3.0%로 지난 1월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8일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준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피력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 이란 전쟁이 한달을 넘어가며 소비자 심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4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예비치가 오는 10일에, 과거 데이터이긴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오는 9일에 각각 발표된다.
오는 8일 개장 전 델타항공의 실적 발표도 주목된다.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받는 항공사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증시 바닥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당분간 큰 폭의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고 추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말렉은 "아직 시장의 변동성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트레이딩에 나설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펀드스트랫의 기술적 전략가인 마크 뉴턴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보지만 단기 반등을 쫓기보다는 이번주 6~9일 사이에 변동성이 축소되며 추가적인 바닥 다지기 과정을 지켜본 뒤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