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이미 인공지능(AI)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지 말고 공세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바바라 와슨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정보과학 및 미디어학부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와슨 교수는 "우리는 AI를 학습, 교수, 평가에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기반의 통찰력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며 "AI의 교육적 활용에 있어 국가적 주권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슨 교수는 현재 베르겐대학교에서 국립학습분석센터(SLATE) 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 노르웨이의 7대 AI 연구 센터 중 하나인 AI LEARN(인간 학습 역량 강화를 위한 AI 센터)의 공동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 교육연구부 산하 학습분석 전문가 태스크포스(TF)의 위원으로서 노르웨이 공식 보고서 'NOU 2023:19' 발간에 참여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고등교육 AI 전문가 그룹에 임명됐으며, 현재 유럽평의회 AI 및 교육 전문가 그룹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엇인가?
▶AI LEARN의 핵심은 인간과 AI가 함께 학습하고, 일하는 맥락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책임감·민주주의·인권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소형 AI 모델 구축 △윤리적 가이드라인 개발 △AI 사용 역량 강화 등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교육 과정에서 AI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히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공세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북유럽에서는 이미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부분이 AI를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연구자들은 연구 기반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학습, 교수, 평가에 A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제안할 책임이 있다. 또 AI 인프라와 교육적 활용에 있어 국가적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현재의 미국 및 중국 기업들)에 의존할 때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 우리의 교육과정이나 지식의 정의를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되며 문화적 고유성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북유럽 에듀테크 생태계만이 가진 고유한 강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높은 상호 신뢰와 민주적 참여다. 공동체 구성원과 공공 기관에 대한 신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 그리고 기술 사용자(교사, 학생 등)가 설계와 사용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리(참여형 설계)가 그 바탕이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라고 강조해 왔다. 교실 내 '인간과 AI의 이상적인 협업'은 어떤 모습인가?
▶교사가 AI 기반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고 법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을 교사에게 강요하는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 교사가 주도권을 갖고 AI 사용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의 AI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국제아동권리네트워크(CRIN)의 보고처럼 "금지하느냐 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금지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금지만능주의'는 아이들이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는 방식이다. 아동 권리의 전체 범위를 살펴봐야 한다.
-AI 시대에 대학의 평가 방식과 교육과정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가장 시급하게 논의한 이슈 중 하나가 AI가 평가와 시험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므로 졸업생들이 각 프로그램이 목표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실제로 갖추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위원회에서는 △과제를 포함한 비감독 시험을 줄이고, 감독하에 진행되는 시험 비중을 높일 것 △비감독 시험을 시행할 경우, 짧은 구술시험 등 보완적인 확인 절차를 거칠 것 △'AI가 답할 수 없는 문항'을 만들려는 전략에만 매몰되지 말 것 △신뢰도가 낮은 AI 탐지 도구에 의존하는 것을 지양할 것 등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데이터 활용과 학생 사생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데이터는 AI의 산소와 같지만 이를 다루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좋은 데이터와 이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연구, 교사와 학생의 데이터 해석 역량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윤리적이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나는 유럽 평의회에서 교육 데이터 및 학습 분석 활용 권고안을 개발하는 작업 그룹을 이끌고 있다. 2027년 발표될 이 권고안에서 데이터 활용과 사생활의 균형 문제를 정확히 다룰 예정이다.
-교사와 학생에게 가장 시급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은 무엇인가?
▶AI의 결과물을 대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은 검색보다 답을 바로 주는 AI를 선호하지만, 그 답이 최선이 아닐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여러 AI 모델의 결론이 하나로 수렴되는 현상이 교육의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도구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학생들에게 몇 학년부터 이 도구를 허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획일화의 문제, 문화적 다양성 축소(대부분의 모델이 미국 중심적 지식 관점을 가짐)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도록 돕고 도구의 올바른 사용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불확실성 시대에 미래 세대가 갖춰야 할 '단 하나의 가장 강력한 역량'을 꼽는다면?
▶'비판적 사고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도전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아이들에게 가장 쉬운 답이 항상 가장 적절하거나 똑똑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학습은 노동이고 도전이지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버금가는 두 번째 역량은 '학습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