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업계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구상에 반발하며 백악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석유회사 경영진들이 백악관과 접촉해 이란의 해협 통행료 부과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석유업계와 국무부 간 면담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석유업계가 JD 밴스 미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직접 연락을 취했다면서 "행정부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묻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업계의 비판적인 반응에 "냉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알겠다. 참고하겠다'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석유업계는 이란의 통행료 부과 요구를 수용할 경우 선박 1척당 통행료와 보험료 인상으로 약 250만달러(약 37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란을 선례로 싱가포르나 튀르키예 등이 말라카 해협이나 보스포루스 해협 등에 통제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통행료 지급 자체가 이란 제재 위반으로 법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서도 "앞으로는 북극에서 러시아가 통행료를 부과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통행료를 부과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이 특정 국가에만 선박 통행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차별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특정 국가의 외교적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단 얘기다.
이란은 미국과 휴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며 통항을 원하는 선박에 대해 암호화폐나 위안화로 통행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펌 베이커보츠의 제이슨 베넷 에너지 및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다방면에서 통행료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석유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공해상 항로로 지금까지 이란이 법적으로 통제할 권리를 인정받은 적이 없다"며 "누구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 기반 싱크탱크 자크들로르센터의 아서 라이히탐머 연구원은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인정한다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주 큰 양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