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찾아가고 절충안 내고…파키스탄 '필사적 중재' 나선 이유 셋

조한송 기자
2026.04.21 14:38

[WHY] 파키스탄, 전쟁 초기부터 2차 회담까지 글로벌 외교 총력

[이슬라마바드=신화/뉴시스] 파키스탄이 자국에서 곧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이란 2차 종전 회담 준비를 위해 보안 조처를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슬라마바드에 파키스탄 국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4.19. /사진=권성근

2주간의 휴전 종료를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벼랑끝 전술과 더불어 치열한 물밑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양 국가를 오가며 사안을 중재해 온 파키스탄도 덩달아 종전 회담 준비에 분주해졌다. 미 액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2차 고위급 회담을 위한 이란 대표단 파견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필사적으로 이란을 설득해 온 파키스탄의 노력이 그 배경에 있는 걸로 알려지면서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이란 신뢰…軍사령관은 트럼프 '믿을맨'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마감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이란 및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자 양측을 오가며 접촉중이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이란 정부는 미국과의 회담에 참석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키스탄의 셔틀외교는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양측간 균형을 잡으며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양국간의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시작이다. 나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은 국내 실권자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뢰를 얻는 인물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봉쇄 및 역봉쇄 조치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막판 2차 협상 재개 가능성을 높인 것도 파키스탄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란 정부가 2차 회담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라마바드에 본부를 둔 사노버 연구소의 카마르 치마 소장은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초기에 규탄했던 것이 이란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치마 소장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러한 역할은 파키스탄의 외교적 투자와 국제법 수호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슬라마바드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 1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과 2차 평화 회담을 개최 준비의 일환으로 경찰관들이 세레나 호텔 인근 검문소에서 차량들을 검문하고 있다. 2026.04.1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이슬라마바드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①무슬림 종파 갈등 ②에너지 ③경제 타격에 '절박함'

파키스탄이 협상 중재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경제·안보적 이유 등 복합적이다. 일단 내부적인 분열을 막기 위해서도 이란과 미국간 긴장 완화는 중요하다. 이란은 전 세계 이슬람교의 두 가지 주요 분파 중 하나인 시아파 맹주로 평가받는다. 이슬람국가 파키스탄 인구의 약 15~20%는 시아파로 추정된다. 이란 전쟁 확대는 파키스탄 내 시아파들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1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시아파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을 습격,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동시에 파키스탄 정부는 복합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다. 먼저 당국자들이 '전면전'이라고 묘사할 만큼 파키스탄은 지난 2월 말부터 아프간 탈레반을 상대로 한 교전을 지속중이다. 이가운데 주변국인 이란마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제적 요인도 얽혔다. 파키스탄은 석유 수요의 약 80%를 수입할 정도로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에너지 수입의 81.6%가 현재 차단된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파키스탄 개발경제연구소는 전세계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파키스탄의 연간 석유 수입금액이 18억~20억달러(2조6000억~2조9000억원)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전쟁 장기화로 중동 전반이 일상을 찾지 못하면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파키스탄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국가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외화다. 중동 전쟁으로 이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면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고에 치명타다. 파키스탄 매체 던(DAWN)은 "중동국 고용이 둔화된다면 평소 해외로 나가던 많은 노동자들이 귀국해야 할 수도 있고 수천 명이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될 수 있다"며 "송금 감소는 파키스탄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와 외환 부족 상황에 더 큰 부담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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