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술사" 접근해 14세 소녀 성폭행…'늑대와 춤을' 배우 종신형

이은 기자
2026.04.29 10:33
영화 '늑대와 춤을'에 출연했던 미국 원주민 배우 네이선 체이싱 호스가 수십년간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사진=X(엑스·옛 트위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경찰청

영화 '늑대와 춤을'에 출연했던 미국 원주민 배우가 수십년간 원주민 여성과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7일(이하 현지시간) CBS,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법원은 이날 네이선 체이싱 호스(50)에게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는 최소 37년 복역 후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체이싱 호스는 여성 3명에게 고소당했으며, 피해자 중 한 명은 범행 당시 14세였다. 앞서 네바다주 배심원단은 체이싱 호스에게 제기된 21개 혐의 중 13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체이싱 호스로 인해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그가 '영적 지도자'라는 지위를 악용한 탓에 신앙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성폭행으로 자궁외임신을 겪어 수술을 받았으며, 여전히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남색 죄수복 차림으로 법정에 선 체이싱 호스는 피해자 진술이 이어지는 동안 정면을 응시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제시카 피터슨 판사는 체이싱 호스를 향해 "당신은 이 여성들의 신뢰와 신앙심을 악용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그들을 조종했다"며 "이 법정은 당신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할 기회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향해서는 "여러분을 '희생자'나 '생존자'라 부르지 않겠다. 그렇게 부르면 여러분을 그 틀에 가두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용감한 여성'과 '용감한 남성'이라 칭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자신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체이싱 호스는 2023년 1월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 후 기소됐다. 절차상 문제로 한 차례 기소가 기각돼 재판이 1년 이상 지연됐지만, 약 3년간 이어진 수사 끝에 사건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체이싱 호스가 2000년대 초부터 수십년간 자신을 치유 의식을 거행하는 라코타족 주술사(Medicine man)라고 소개하며 10대 원주민 소녀들에게 접근해 신뢰를 얻은 뒤 성폭행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 원주민 문화에 매우 존경받는 리더 직책으로, 사제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체이싱 호스는 14살이었던 피해자에게 "영혼들이 '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구하려면 순결을 바치라고 한다'"며 "이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말하면 어머니가 죽을 것"이라고 협박해 수년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네바다를 비롯해 미국 몬태나·사우스다코타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에서 원주민 소녀들을 상대로 성착취한 의혹을 받는다. 네바다주 외에도 미국 내 다른 주와 캐나다에서 추가 기소가 이어지고 있다.

체이싱 호스는 1990년 개봉한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인디언 수(Sioux)족의 소년 전사 '스마일즈 어 랏'(많이 웃다)으로 출연했다. 감독이자 배우인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존 던바' 중위와 헤어지며 눈물 흘리던 역할로, 백인들 품에서 되찾은 중위의 일기장을 돌려주는 모습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실제 수족의 후예로, 라코타족의 일곱 부족 중 하나인 시칸구 수족의 고향인 사우스다코타주의 로즈버드 보호구역에서 태어났다. '체이싱 호스'(Chasing Horse)라는 이름 역시 '말을 쫓는다'라는 의미를 담은 원주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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