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OPEC의 영향력이 더욱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OPEC 종말의 시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OPEC은 전세계 석유 공급의 약 40%에 이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UAE는 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였다. 29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UAE 탈퇴로 OPEC 생산능력은 13% 줄어든다. 그만큼 국제유가 결정권과 석유시장 영향력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OPEC은 미국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 자원이 각광받으면서 이미 영향력이 약화한 상태다. 현재 OPEC의 원유 생산량은 전성기 생산량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의 내부 분열도 '제 살 깎아먹기'가 됐다.
더욱이 중동 국가들을 갈라서게 한 미국-이란전쟁은 OPEC의 가격 결정력을 무력화시켰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원유 공급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MST파이낸셜 에너지 분석가 사울 카보닉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전쟁은 미국이 OPEC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세계 원유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실제 이날 UAE의 OPEC 탈퇴 선언은 유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이 자체로 OPEC 영향력 약화를 방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 유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었다. FT는 "시장은 UAE의 OPEC 탈퇴보다 이란전쟁 불확실성에 더 반응했다"고 봤다.
UAE 탈퇴로 석유 카르텔이 사실상 깨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줄탈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보닉은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을 하나로 연합시키려 애쓰겠지만 베네수엘라 등 다른 회원국들도 UAE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는 OPEC 종말의 시작"이라고 했다.
UAE가 계획대로 OPEC 생산량 할당에 구애받지 않고 원유를 증산할 경우 타격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악셀 루돌프 IG 시장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는 OPEC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OPEC과 OPEC+의 의견 수렴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UAE 원유 생산량이 늘고 OPEC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면 장기적 차원에서 유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단 최근 UAE에서 원유 2400만배럴을 긴급 확보하며 우호 관계를 돈독하게 했기에 원유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게인캐피털 설립자 존 킬더프는 CNBC에 "UAE 탈퇴는 공급이 과잉될 경우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대처하는 생산국들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가격 하락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