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과 이란 간 합의 가능성을 경계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추진을 지지한다면서도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며 이란 강경파를 자극했다. 일각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란 합의'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미칠 영향력을 우려해 종전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내각 안보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미국의 친구들과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매일 통화하고 있다"며 "오늘 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는 완전한 공조가 있다. (미·이란 합의 가능성에 대한) 어떤 놀라움도 없다"며 "우리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물질 전체를 제거하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해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내가 이스라엘군과 안보 기관들에 내린 지침"이라며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약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를 주장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예상보다 완화한 수준에서의 합의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대응에 나설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언론 인터뷰와 백악관 발언을 통해 이란이 핵 개발 중단에 동의했다며 이란에 제안한 합의안에 이란의 지하 핵시설 운영 중단과 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란 측은 현재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 회의 발언을 공개하는 일은 드물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 간 잠재적 합의 가능성에 놀랐다는 보도를 반박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스라엘 총리실은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비슷한 성명을 냈다"며 "10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이란 합의를 둘러싼 여론 형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중재로 지난달 성사된 레바논 정부와의 휴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조성한 휴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결과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헤즈볼라(레바논 무정 정파) 정예부대 라드완군 지휘관을 겨냥해 베이루트 남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발표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테러리스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이란은 앞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종전 조건으로 요구했고,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가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의 토대가 마련됐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을 재개하면서 이란의 강경파가 현재 검토 중인 미국의 종전 제안을 거절, 미국과 이란 전쟁이 다시 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의 합의가 불발되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