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물뽕' 원료로 美서 마약 제조·유통한 국제조직 적발

김종훈 기자
2026.05.08 14:22

가짜 화장품 수입업체 설립해 한국서 원료 대량 수출…미 연방검찰이 직접 서울 찾아 마약류 유통망 색출

미국 검찰이 한국에서 원료를 수입, 파티용 마약을 제조해 미국에 대량 유통한 국제 범죄 조직을 적발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검찰은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산업용 원자재 GBL(감마부티롤락톤)과 메스암페타민을 혼합한 마약을 유통하고 대금을 세탁하려 한 혐의로 피고인 11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메스암페타민을, 한국에서 GBL을 사들인 다음 두 약물을 조합해 파티용 마약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GBL은 페인터 제거제, 접착제 등에 쓰이는 산업용 용매다. GBL이 인체에 흡수되면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로 변환된다.

이 물질은 성폭력 범죄에 작용되는 마약, 속칭 '물뽕' 성분으로 악명이 높다. 자칫하면 복용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GBL은 현재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임시 마약류로 관리 중이다. 임시 마약류는 마약류 물질이 아니지만 마약류로 악용될 우려 때문에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물질을 뜻한다. 미 연방검찰은 GBL과 메스암페타민이 동시에 인체에 작용할 경우 사망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해당 조직은 한국 수출업자 안모씨로부터 GBL을 조달했다. 안씨 등은 뉴욕, 워싱턴DC에 가짜 화장품 회사를 설립한 다음 한국에서 매달 600리터씩 GBL을 미국으로 수입했다. 미국 검찰은 한국 수사당국과 협력, GBL 유통망을 색출해 원천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피의자 5명이 한국 수사당국에 체포됐고 GBL 1.5톤이 압수됐다. 연방검찰은 "한국에서 기록된 마약류 압수량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검찰은 검거, 수색 작전을 통해 피고인들을 체포하고 미국에서 메스암페타민 35kg, GBL 800kg 등을 포함한 마약류 다수와 15만달러 상당의 현금을 압수했다. 문제의 조직은 202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뉴욕 시,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DC 등에 마약을 유통했으며 시카고, 플로리다, 캘리포니아로 유통망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수사는 미국에서 발생한 약물 중독 사건을 계기로 개시됐다. 수사를 주도한 지닌 페리스 피로 검사는 "이번 수사로 고도로 정교화된 마약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조직은 고학력 조직원들을 모집한 다음 가짜 미용 회사를 통해 수익금을 세탁했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DC 북동부의 한 창고에서 서울 물류창고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체를 추적해 마침내 이를 차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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