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미중 경제·무역 회담 일정을 공식 확인한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엔 아직 공식적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백악관이 오는 14~15일 트럼프 대통령 방중일정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중국 입장에선 서울에서 열릴 장관급 회담 결과가 정상회담 개최 최종 판단의 일부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서울 회담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최소한의 합의점이 도출될지를 지켜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11일 중국과 미국은 오는 13일 한국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한다고 확인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3일)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으로 향하기 앞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서울에 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허 부총리가 오는 12~13일 한국을 방문해 미국과 경제·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울 무역협상에서 양국 대표단을 이끌 허 부총리와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3월 15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6차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대면했다. 당시 양측은 관세 안정화와 양국 투자 촉진 메커니즘 구축 가능성을 논의했다. 중국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01조 조사'에 대한 반대 입장도 전달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에 관한 일정에 대해선 공식적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이튿날인 14일 정상회담을 하고 15일 중국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14일 베이징의 명소인 톈탄공원 방문과 15일 양국 정상의 티타임과 업무 오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세부 일정도 내놨다.
중국은 통상 시 주석의 주요 일정이나 주요국 지도자의 국빈방문 일정을 임박 단계에서 발표한다. 지난해 10월 30일 양국 정상의 한국 정상회담때도 중국은 정상회담 당일에 시 주석의 한국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과 관련한 중국측의 공식 확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전 나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정상회담에 앞서 서울에서 열릴 양국 경제·무역 협상 결과를 눈여겨 보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미중관계 전문 싱크탱크 ICAS의 장이룬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의 공식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은) 서울 회담 결과가 여전히 (중국에) 정치적으로 중요하며 중국 입장에서는 정상회담 최종 판단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선 서울 협상이 정상회담의 이른바 '성과 패키지'를 만드는 관문일 수 있단 분석이다. 정상회담에선 양국 정상의 만남 이상으로 양국이 내놓을 결과물이 중요하다. 현재 미중 간에는 관세,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너지·항공기 구매, 상호투자, 희토류 공급, AI(인공지능), 이란 문제, 대만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서울 협상에서 최소한의 합의점이 나와야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정상회담 공식 일정 발표 자체를 협상의 지렛대로 쓴다는 시각도 있다. 발표 지연을 통해 서울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제, 결과 발표도 조정될 수 있단 메시지를 미국측에 보내고 있단 것. 이와 관련 장 연구원은 "이번 서울 무역협상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직전 쿠알라룸푸르 무역협상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구조적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정상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가시적 경제 성과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