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해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기업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이 5~6월에 한층 극심할 것이라며 호르무즈해협 이중봉쇄가 좀더 길어지면 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BC·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사상 최악의 공급충격"이라며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다음달 중순 이후에도 지속되면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는 2027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세르 CEO는 "과거 하루평균 70척에 달하는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수가 최근 2~5척 수준으로 급감했다"면서 "현재의 해협봉쇄가 지속되면 시장은 매주 약 1억배럴에 달하는 공급망 손실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세계 원유시장은 10억배럴 이상의 공급량을 잃었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라며 "5~6월엔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4월은 앞서 3월에 출항한 선박들이 이동 중이던 때로 에너지문제가 막 드러나기 시작한 단계였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는 5월과 6월에 이 문제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세르 CEO는 휘발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재고가 빠르게 감소한다며 "원유재고는 여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위험할 정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20%가량을 책임지는 호르무즈해협은 지난 2월말 이란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이란에 의해 이중봉쇄된 상태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로 종전합의를 압박한다. 양측은 중재국을 통해 종전의 조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지만 자국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달린다. 이에 양국이 재충돌할 우려도 높아진다.
나세르 CEO는 600척 이상의 선박이 걸프만에 갇혀 혼란 상태에 있으며 이런 혼란 상태를 풀고 에너지·원자재 공급망이 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는 낙관적으로 봐도 몇 달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여는 것과 10억배럴 이상의 공급손실이 발생한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원유업계의 투자부족이 최근 분쟁으로 인한 석유재고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종전에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이어간다. 미국시간으로 11일 브렌트유와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은 각각 2.9%, 2.8% 상승하며 104달러, 98달러대에 거래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엔 추가로 1%대 상승해 105달러, 99달러대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