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산 원유 관련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잇따라 발표하며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4~15일 이틀에 걸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란전쟁 종식에 대한 중국의 중재역할을 끌어내고 미국의 수출성과도 내려 한다. 잇단 제재 조치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선물'을 받으려면 중국이 원하는 바를 수용해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1일(현지시간) 이란산 석유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지원한 개인 3명과 기업 9곳을 제재명단에 추가했다. 대상기업 중 4곳은 홍콩, 4곳은 아랍에미리트(UAE), 나머지 1곳은 오만에 각각 기반을 뒀다. 제재대상이 된 개인과 기업은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이들과의 미국 내 거래도 금지된다.
OFAC는 성명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규제가 느슨한 국가들에 설립한 위장기업을 이용해 원유 판매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숨기고 이를 통해 확보한 이익을 이란 정권으로 보냈다"며 "이란 정권은 이 이익을 어려움을 겪는 자국민을 지원하는 대신 무기개발과 테러 대리세력(친이란 저항세력) 지원 그리고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보안조직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군이 필사적으로 재정비를 시도함에 따라 미국의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 작전은 무기 프로그램, 테러 대리세력, 핵 야욕을 위한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계속해서 차단할 것"이라며 "재무부는 이란 정권이 테러행위를 수행하고 세계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금융네트워크로부터 그들을 계속 고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달 24일 이란의 원유 수출과 연계된 중국 정유업체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지난 8일에는 이란군에 무기와 드론(무인기)·탄도미사일 제조부품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홍콩 등의 기업과 개인 10곳을 제재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별도로 이란에 정보 및 위성기술을 제공한 업체 4곳을 제재했는데 이 중 3곳은 중국 기업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일본이 동참하는 모양새도 펼쳐졌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에 도착해 미중 정상회담에 배석한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에 머문 12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비동맹국이 AI(인공지능) 기술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 동맹국이 잠재적 위협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유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을 제한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의식을 나눴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만 국방지원 정책과 관련, "시 주석은 우리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다)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의 주권에 대해서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거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아울러 대만이 자위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규모 미국산 무기를 제공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대한 역대 최대규모인 110억달러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은 이같은 미국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밝혀줄 것을 원해 온도차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게 보여줄 경제분야 성과를 확보하려다 자칫 대만 관련 중국에 일정부분 양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만 측에선 아예 이번 회담에 자국이 의제로 오르지 않길 원하는 기류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 핵 관련 대화를 나눌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