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또 저가 매수가 차익 매물 압도할까…PPI 발표[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5.13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반도체주가 12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좀처럼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며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단기 급등한 반도체주로 차익 매물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추이/그래픽=김지영

이날 반도체주 중에서도 올들어 최고의 상승세를 보여온 인텔은 장 중 최대 11%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6.8% 하락으로 마감했다. 퀄컴은 11.5% 추락했다. 그간 반도체주 중에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엔비디아는 0.6% 오르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30개 구성 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상승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0% 하락했다. 지난 3월30일 저점을 친 이후로 6번째 약세 마감이다. 이날 하락률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세웠던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가 전해진 지난 4월28일 3.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당시엔 반도체주가 떨어지자 금세 대규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 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이번에도 저가 매수세가 차익 실현 욕구를 압도하며 반도체주 랠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전날까지 1년간 173%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상승세를 소화하기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최근 1년간 상승률은 닷컴 버블이 터진 직후인 2000년 6월5일까지 1년간 이후 최대 수익률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시장의 폭(breadth)에서 흥미로운 반전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 증시는 반도체주 급등으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최고치 경신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하락 종목의 수가 상승 종목의 수를 압도하는 등 시장의 폭이 약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S&P500지수가 0.2% 약세를 보였음에도 상승 종목의 수가 259개로 하락 종목의 수 243개보다 많았다. 다만 S&P500지수에서 52주 신고가 종목은 16개로 신저가 종목 29개보다 적은 상태를 유지했다. 어쨌든 상승 종목의 수가 늘었다는 것은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시장 전반으로 분산되며 시장의 폭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하락한 반면 대표적인 방어업종인 필수 소비재와 헬스케어 섹터는 각각 1.6%와 1.9%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다. 이 결과 S&P500지수와 함께 나스닥지수도 0.7% 떨어졌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다우존스지수는 0.1%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는 시장의 폭 개선과 함께 올해 2월 중순까지 진행됐던 기술 섹터에서 다른 섹터로의 자금 이동(순환매)이 시작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반면 전형적인 방어업종의 강세는 시장에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일 수도 있다.

이날 위험 회피 성향을 높인 주요 원인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이날 발표된 지난 4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전월비 상승률은 0.6%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년비 상승률은 3.8%로 지난 3월의 3.3%보다 높아진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도 0.1%포인트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비 상승률이 0.4%, 전년비 상승률이 2.8%로 시장 예상치를 0.1%포인트씩 상회했다.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3월의 2.6%보다 올라간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오는 15일로 의장 임기가 끝난다. 차기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로서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떨어진 셈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제는 올해 안에 금리가 한 번이라도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3%대로 낮아졌다. 반면 연내 금리를 0.25%포인트씩 한 번 이상 올릴 것이란 전망은 35%를 넘어섰다. 대다수인 61%는 올해 내내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엔 이란 전쟁에, 4월 들어 최근까진 AI(인공지능) 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에 초집중해온 투자자들이 이제는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상승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주목하게 된다면 단기 급등으로 지친 시장에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한편, 13일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지난 4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PPI조차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투자 심리가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다우존스지수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4월 PPI는 전월비 0.5% 올라 지난 3월 상승률과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비 0.4% 올라 지난 3월 0.1%에 비해 상승률이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개장 전에는 네오클라우드 회사인 네비우스가, 장 마감 후에는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가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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