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국면을 지렛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을 향해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공개 압박했다. 이란과의 합의 추진을 두고 미국 내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자 협상의 외교적 성과를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등 이슬람권 주요 지도자 및 고위 인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동시 서명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이 전쟁 재개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자신에게 이란의 종전안 수락을 촉구했고 본인이 이를 감안해 공격을 보류한 만큼 이들 국가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이라는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외교 협정이다. 중동에서 충돌하는 종교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인데 이들은 현재 갈등이 크지만 성경 등에 따르면 아브라함이라는 인물이 신앙의 공통 조상 격이다. 이에 이슬람국가와 이스라엘간 관계개선을 골자로 한 협정에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도 협정 확대를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협정 참여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말 특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을 조건으로 중동 핵심 국가들을 아브라함 협정 테이블로 끌어당기는 건 이란과의 협상에 대한 미국 내 보수 강경파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이란과 전쟁을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대가로 사우디 등 거물급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수교까지 끌어내는 거대한 외교 성과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선 휴전연장-후 핵협상 방식의 합의에 임박했단 소식이 나오면서 공화당 강경파들 사이에선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 아니냔 비판이 제기되던 터다.
그러나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아랍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꺼내자 "전화선에 침묵이 흘렀고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조로 '아직 듣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아랍국과 이스라엘 갈등의 핵심은 팔레스타인이다. 아랍국들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으로 인정돼야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있단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