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에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강요하면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격노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국 정상들에게 종전 이후 아브라함 협정을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분노를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도 "이 복잡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미국이 기울인 모든 노력을 고려할 때, 관련국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는 것은 의무조항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 조건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적으로 만나는 미국 의원들에게도 "지금은 (협정에 가입할) 때가 아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는 협력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밝혀왔다. 사우디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빈살만 왕세자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니오(NO)'라고 100번은 말했는데 앞으로 100번은 더 말해야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추진한 이스라엘과 아랍국들 간 국교 정상화 합의다. 현재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협정에 합류했다. 미국 입장에선 중동의 맹주이자 역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정 가입이 중동 전략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반면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요구에도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 주요 의제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리를 중시하는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과 방위 협력을 확대하면서 과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검토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화해 손짓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완강히 거부하며 빈살만의 분노를 키웠다.
이 가운데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은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 가능성을 더 멀어지게 했다. 가자지구의 참상이 중동 내 여론을 악화시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슬람 국가 내에서 극도로 기피해야 할 인물이 됐다.
영국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사남 바킬 중동 담당 국장은 미국의 아브라함 협정 확대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위기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