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배우자가 숨진 뒤 시부모 등 배우자 측 가족과 법적 관계를 끊는 이른바 '사후 이혼'이 다시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 가족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주된 배경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고령 시부모 부양·병간호 부담을 피하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일본 정부 포털에 공개된 '인척 관계 종료 신고' 건수가 2024년 3627건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2015년도 이후 증가세를 보이다 2017년도 4895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021년도 2934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다.
인척 관계 종료 신고는 일본에서 이른바 '사후이혼'으로 불리는 행정 절차다. 사후 이혼은 법률상 정식 이혼은 아니다. 배우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혼인 관계를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생존 배우자가 지방자치단체에 '인척 관계 종료 신고서'를 제출해 사망한 배우자 부모·형제자매 등과 법적 인척 관계를 정리하는 제도다.
신고는 생존 배우자 본인 의사만 있으면 가능하다. 배우자 측 가족에게 별도로 알리거나 동의받을 필요가 없으며, 신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신고해도 성씨나 호적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으며, 자녀와 조부모 사이 혈족 관계도 그대로 유지된다.
최근 사후 이혼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과거와는 다른 사회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대 중반에는 남편 사후에도 며느리가 시부모 봉양, 제사, 묘지 관리 등을 떠안아야 한다는 관행에 대한 반발을 꼽았다. 당시에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벗어나려는 상징적 의미가 컸다는 의미다.
반면 최근 증가세는 보다 현실적인 부담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도 남은 시부모의 간병이나 부양 문제에 직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의 병간호 부담을 우려해 인척 관계 종료를 신고한 사례를 소개했다. 남편의 부모가 고령이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고, 다른 가족이 돌봄에 소극적인 경우 생존 배우자가 '장남의 배우자'란 이유로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후 이혼 관련 상담을 맡아온 변호사는 2010년대에는 제도 자체를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실제 부모 부양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이 신고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