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2년여 만에 최저치로 줄어 국제유가 추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실제 에너지 업계에선 오는 6~7월 유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거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고량은 3억650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2월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시작 이후 3개월 만에 5000만배럴(12%)이 줄어든 동시에 2024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라고 CNN은 전했다.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록한 비축량 최저치(3억4700만배럴)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한 전략비축유를 대량 방출했다. 당시 비축량은 1980년대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에서 바이든 전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맹비난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고유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증폭에 바이든 전 행정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가의 비상 석유 비축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 전 행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을 때 미국 경제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에너지 소비량도 적었다"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충격이 훨씬 더 크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급감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방출된 전략비축유의 절반가량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앞으로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한계에 도달하면 국제유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4월과 이달 방출된 미국 전략비축유의 약 절반이 해외로 수출됐다. 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에 차질이 생긴 중동산 원유 대체제로 미국산 원유를 선택했고, 이는 미국의 원유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원자재 거래 리서치 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 수석 분석가는 언젠가 미국은 (방출한) 원유들은 다시 비축해야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CNN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당장 내일 타결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 해소까지는 6주 정도 걸릴 것이고, 여름 성수기 (원유) 재고 부담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며 "유럽은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여름 성수기 공급 및 재고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투자은행 번스타인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원유 시장의) 충격 흡수 장치(원유 재고)와 완충 장치가 꾸준히 고갈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수급 불균형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의 능력이 전쟁 초기에 비해 급격히 축소된 상태"라며 "6월과 7월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그간 쌓인 원유 재고와 전략비축유 방출,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 제재 일시적 완화 등으로 국제유가 급등세를 억제해 왔지만, 이런 완충 여력도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국제유가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럽 최대 석유기업 셸의 와엘 사완 CEO도 최근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일시적인 착시'라며 미국과 유럽의 여름 성수기가 본격화하는 6~7월 국제 원유 및 정제 제품(휘발유 등)이 재고 고갈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을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도 투자자들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 가능성에 과도하게 안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실물 시장의 공급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원유 수요가 급증하는 6~7월이 되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29일 기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7달러대, 런던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대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