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하룻밤 사이 5% 빠져…채권시장서 빅테크 신용 '경고등'

미국 AI(인공지능) 종목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27일(현지시간) 5% 가까이 폭락하며 미국 주식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오픈AI에 2500억달러(375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AI 기업 간 순환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날 엔비디아는 전일 종가 대비 4.99% 하락한 196.5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마감 후 거래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져 0.19% 추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4조76000억달러(1경7500조원)로 감소했고 애플이 다시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회사가 오픈AI를 위해 2500억달러(375조원) 규모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의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려 한다. 이들 3개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협력하는 사이다.
엔비디아가 지급 보증을 약속한다면 오픈AI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데이터센터를 임차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총 5000억달러(735조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이와 별도로 오픈AI가 자사 칩을 구매하고 치러야 할 대금 3500억달러(525조원)에 대한 금융 지원도 협의 중이다. 오픈AI는 투자등급이 없는 회사라 엔비디아 같은 대형 기업이 보증을 서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신용 포장(Credit wrapper)이라 한다.
AI 업계는 신용 포장 형태로 서로 주고받는 형태의 순환투자를 계속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텐서프로세서 서버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데이터센터 임차료를 보증함으로써 앤트로픽이 350억달러(52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게 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채권시장에서 순환 투자에 대한 경고등이 울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알파벳, 아마존, 브로드컴, 오라클, 메타, 스페이스X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엔비디아의 경우 5년물 CDS 기준 79bp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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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는 특정 기업의 회사채가 부도날 경우에 대비해 드는 일종의 보험이다. CDS가 올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을 크게 본다는 뜻이다.

다른 빅테크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오라클은 대규모 AI 투자에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정크 한 단계 위(BBB-)로 강등됐다. 알파벳은 상장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메타의 새 데이터센터 회사채는 정크에 가까운 금리로 발행됐다. 정크는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투자 부적격 등급을 부여한 고위험 고수익 채권을 가리킨다.
마이클 버리 등 투자자들은 AI 기업들이 투자금을 서로 주고 받는 식의 순환 거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버블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최종적으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순환 거래는 회계상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
AI 설비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문제다. AI 수요를 너무 높게 본 것 아닌지, 빅테크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회수한다면 언제쯤인지 전부 불투명하다는 것. 이달 초 메타가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도 악재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이달 키미 K3를 출시하자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AI 기술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창신메모리는 SK하이닉스(1,575,000원 ▼241,000 -13.27%), 삼성전자(222,500원 ▼31,500 -12.4%), 마이크론 등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WSJ는 창신메모리 주가가 첫 거래일 470% 가까이 폭등했다면서 샌디스크, ASML, AMD 등 미국 증시 반도체 종목이 27일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23% 하락했다.